생전 소외된 이들을 각별히 챙겼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는 각국의 왕족과 대통령 외에도 난민과 죄수, 성소수자, 노숙인 등 약자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됐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교황 장례 미사에는 이탈리아의 난민 구호 단체인 '지중해 구조단'(Mediterranea Saving Humans)과 '리비아 난민'(Refugees in Libya) 대표단 등이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두 단체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며 난민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날 장례에는 리비아 난민 캠프에 구금돼 고문과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리비아 난민' 소속 마하마트 다우드도 참석했다.
2년 전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다우드는 2023년 말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직접 만난 인연이 있다.
그는 가디언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난민들과 약한 이들의 편에 진정으로 섰던 유일한 교황이었다"면서 "그는 우리가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 뿐 아니라 우리가 리비아에서 고통을 받고 있을 때에도 우리를 도왔다"고 말했다.
교황의 마지막 안식처가 될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서는 난민과 수감자, 노숙인, 트랜스젠더 등 교황청이 특별히 초청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 40여명이 교황의 시신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 역시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언에 따른 것으로 교황청은 이와 관련해 "가난한 이들은 하나님의 마음 안에 특별한 자리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등 보수 가톨릭 교회에서 배척하던 성소수자들에 대해서도 "다 같은 하느님의 자녀"라며 포용해왔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강론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교황의 헌신을 기리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방문지는 이민자의 비극을 상징하는 람페두사섬이었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라고 강조했다.
레 추기경은 "최근 몇년 간 격화된 전쟁과 비인간적 참상, 무수한 죽음과 파괴 앞에서 교황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여 평화를 촉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장벽이 아닌 다리를 지으라"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발언으로 강론을 마무리했다.
이 발언은 교황이 2016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공약을 앞세워 대선 선거 캠페인을 벌이던 시기 멕시코를 방문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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