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2차 경선 4자 토론 자리에서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는 각자 공약을 상호 검증하며 정책 공방을 펼쳤다. 한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들 공약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생산)을 “AI 산업과 전기요금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과 국회 권한을 동시에 축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노동 유연성 등을 강조하며 노동 개혁을, 홍 후보는 양원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한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2차 경선 4강 토론회에서 김 후보를 향해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주요 공약 중 RE100 산업단지를 확대한다는 공약을 냈는데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말은 좋은 데 실현하기 너무 어려운 이야기”라며 “과도한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한 후보는 “RE100은 기업이 100% 하겠다고 공약을 걸고 하는 것”이라며 “저는 RE100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AI 시대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고, 재생에너지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AI 시대에 적응할 수가 없다”며 “전기료도 올라서 물가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와 홍 후보는 정치개혁 문제를 두고 맞붙었다. 홍 후보의 대통령 4년 중임제·선출직 부통령제·양원제 공약을 두고 안 후보는 “분권형 개헌과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부통령 역할도 분명하지 않고 지금도 국회 갈등이 심한데 상·하원이 있으면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홍 후보는 이에 “지금 단원제 국가는 OECD에서 우리와 튀르키예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양원제”라며 “하원에서 분쟁이 있으면 상원에서 조정하면 된다. 지금 국회가 서로 충돌할 때 해결 방법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안 후보는 “지금도 해결 못 하는데 상하원 나눈다고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개헌한다면 대통령과 국회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권력 축소를 어떻게 할 것인지 되묻자 안 후보는 “예컨대 감사원을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만들어 행정부와 국회 감사권한을 주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와 홍 후보는 노동 개혁에 대해 서로 공감대를 이룬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홍 후보에게 노동개혁 관련 질문을 듣고 “노사가 화합하고 5인 미만 사업장 등 노동 약자의 보호, 임금체불,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이에 “강성 노조 탓에 제조업 기업들이 해외로 나갔고, 해고가 어려우니 비정규직만 뽑고 있다”고 답하자 김 후보는 “양대 노총 저항이 너무 심하고, 민주당이 이를 따라서 법을 고치기 어렵다”라며 “홍 후보와 같이 한 번 바꿔보자”고 말했다.

또 김 후보는 경기지사를 지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후보의 5대 메가폴리스 공약을 검증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집 한 채 짓는데도 2년은 걸리는데 서울과 똑같은 메가폴리스 5개를 지방에 어떻게 2년 만에 짓는가”라고 따졌다. 한 후보가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세운다는 취지가 아니라 규제 제로 특구 등 특정 산업 중심으로 서울과 경쟁할 수 있게 도시를 지원,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게 해 수도권 집중을 풀겠다는 것”이라고 답하자 김 후보는 “가능한 이야기겠나. 저는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홍 후보도 이에 대해 “허황한 공약이다, 신도시 하나 짓는데 10년 더 걸린다”라며 “행정을 알고 공약을 하는 건가 했다”고 거들었다. 한 후보는 이에 “지금 있는 대도시를 지정해, 그 도시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지, 없는 도시에서 새로 아파트를 짓겠다는 취지가 전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김 후보는 이에 “대구를 서울과 같은 도시로 만들 수 있다면, 20년 만에 한다더라도 그 정도 하실 수 있으면 한 후보에게 제 모든 걸 맡기겠다”며 “지방에 5년 만에 5개 메가폴리스 만들어낸다면 제가 다 사퇴하고 한 후보 업고 다니겠다”고 말했다.

이날 각 후보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냈다. 안 후보는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상처받은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홍 후보는 경선에 승리한다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지금 윤 전 대통령이 계엄하고 탄핵당해서 파면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30명이 넘는 줄탄핵, 특검, 예산 전면 삭감 등 이런 부분이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할 생각이 없다는 말씀”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12월3일 밤 계엄을 저지한 이후부터 줄곧 반복해서 대단히 많은 숫자로 이미 사과했다”며 “제가 (당시) 당대표로서 그리고 하나의 정치인으로서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절대로 겪으셔서는 안 되는 일을 겪게 해드려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 당 대표였던 사람으로서 국민께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재차 사과 의사를 밝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차출론을 두고서는 입장이 엇갈렸다. 안 후보는 ‘언짢다(적절하지 않다)’고 답했고,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는 ‘언짢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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