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광주서 “계엄 진심으로 사과”
지도부 호남 방문 지지율 반등 꾀해
‘계몽령’ 주장 김계리 국힘 전격 입당
金 강성 이미지·모호한 입장도 ‘발목’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으로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판단한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중도층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김문수 후보의 과거 발언과 역사관 논란 등으로 강성 보수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후보 본인이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여전히 애매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출신인 석동현 변호사가 대선 초반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사퇴한 데 이어, 비상계엄이 ‘계몽령’이라고 주장한 김계리 변호사도 전격 입당하며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은 18일 당 초선 의원들과 함께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계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저희가 계속해서 잘못했다는 마음을 갖고 바뀌어 나간다는 진정성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계속 바뀌어 가서 광주와 호남분들, 국민께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30대 의원들이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광주여대에 있는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 주민 대피소를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김 후보는 전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호남 일대에서 유세 활동을 시작했다. 김 후보는 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 박관현 열사 등의 묘를 참배한 뒤 “광주교도소에서 박관현 열사가 죽은 뒤 제가 그 방에 들어가서 1년 생활했다”며 자신의 민주화운동 이력을 부각했다. 이어 김 후보는 광주와 전북 전주·김제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김 후보는 같은 날 저녁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와 이날 열린 기념식에는 모두 불참했다. 표면적으로는 18일 예정된 대선 후보 TV 토론을 준비한다는 이유지만, 5·18 당시 진압을 주도해 유죄가 확정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철회한 데 따른 지역 민심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물론 김 후보가 잇따라 호남 지역을 방문한 것은 진보층 지지세가 높은 이 지역 방문으로 중도층 확장에 나서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지지층과 중도층 이탈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한 것을 계기로, 당내 혼란을 수습하는 한편 지지율 반등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전날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탈당 사실을 밝히며 “국민의힘 김문수에게 힘을 모아달라.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존속될 것이냐, 붕괴되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호소했다.
윤 전 대통령이 탈당을 결심하게 되기까지는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은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일부 의원과 통화하며 당내 기류를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윤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솔로몬의 재판에 나와 있는 진짜 어머니의 마음이다” “나는 누구보다 당을 사랑하고, 김 후보만큼이나 대선 승리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원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제는 정말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시기”라며 “친윤계도 친윤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소식을 들은 뒤 “그 뜻을 존중한다”며 “그 뜻을 잘 받들어서 당이 더 단합하고 혁신해 국민의 뜻에 맞는 당으로, 선거운동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 파면과 관련해서도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는 앞서 1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헌법재판소는 매우 위험하다”며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김 후보가 헌재 판결 결과에 대해 인정하고, 그동안 탄핵에 반대한 것에 대해 명확하게 사과하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탈당 당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 변호사는 전날 SNS를 통해 “오늘 생애 처음으로 당적을 가지기로 하고 입당 신청을 했다”며 “지금은 김 후보의 시간이고 그가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나도 계몽됐다”며 계엄 선포를 옹호하는 한편, 윤 전 대통령 파면 뒤에도 ‘윤 어게인’ 신당 창당을 추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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