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직접 협상 교착 국면
美 중재외교 재시동 의지 피력한 셈
러 에너지 수출 등 ‘당근’ 제시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 협상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순차적으로 전화통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발발 3년 만에 성사된 당사국 간 협상이 아무런 진전 없이 끝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중재 외교’에 시동을 걸면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나는 월요일(19일) 오전 10시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것”이라며 “통화의 주제는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5000명 이상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인을 죽이는 ‘대학살’을 끝내는 일과 무역”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런 뒤 젤렌스키 대통령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여러 회원국과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생산적인 날이 되기를 바란다”며 “휴전은 이뤄질 것이고, 이 매우 폭력적인 전쟁,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통화는 휴전 협상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가 여러 차례 이어진 상황에서 진행된다. 전쟁을 이른 시간 내 끝내겠다고 천명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중재 포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런 압박은 3년여 만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직접 만나는 지난 16일 협상으로 이어졌지만 다음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심지어 러시아는 휴전 협상 자리에서 “영원히 전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노골적인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연쇄 통화 예고는 중재 외교를 재점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등판’을 휴전 협상의 열쇠라고 강조해 왔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회담 하루 전인 15일 “싫든 좋든,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그(푸틴)는 이 만남을 원했고, 난 항상 내가 없이는 이 만남이 이뤄질 수 없다고 느꼈다”며 “내 참여 없이는 어떤 딜도 성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18일 CBS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측에 공개적으로 일대일 만남을 제안했다면서 미·러 정상이 직접 만나는 것만이 종전 논의를 진전시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애초 16일 이스탄불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됐다 불발된 3국(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무역’도 의제에 포함된다고 언급한 만큼 종전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경우 러시아에 에너지 수출 등과 관련해 일종의 보상책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오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조건을 갖춰 러시아에 안보를 제공하는 게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말하는 ‘근본 원인 제거’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와 비군사화, 크림반도는 물론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 지역의 영토편입 공인,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권 퇴진 등이다. 푸틴 대통령은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거주하면서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러시아를 조국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병력을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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