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3·토트넘 훗스퍼)에게 임신했다며 수억원대 금품을 받아낸 혐의로 구속된 20대 여성이 호송 과정에서 얼굴과 복장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을 두고 인권 침해 아니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이 여성이 호송 전 스스로 옷을 갈아 입었고, 함께 구속된 40대 남성과 달리 모자를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18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관련 기사 댓글란 등에선 전날 공갈 혐의로 구속된 20대 양모(여)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당시 사진이 논란이 됐다. 포승줄에 묶여 차에서 내린 양씨는 모자를 쓰지 않은 채 마스크로만 얼굴을 가렸다. 그는 트레이닝복을 입은 차림이었는데, 몸매가 드러나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공간에선 양씨의 혐의가 재판으로 확정되기 전인데도 얼굴이 노출되면서 인권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냔 지적이 잇따랐다. 양씨를 겨냥한 ‘신상 털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누리꾼들이 엉뚱한 인물을 양씨로 지목해 외모 평가와 비하 발언을 늘어놓기도 했다.
경찰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2005년 10월 경찰청 훈령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만든 이래 피의자의 얼굴 노출을 제한해왔다. 경찰이 이번 사안에서 해당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양씨와 함께 공범(공갈미수 혐의)으로 구속된 40대 남성 용모씨가 출석 당시 모자를 써 얼굴을 가린 점을 거론하며 두 사람을 위한 모자를 미리 준비했으나 “용씨는 모자를 요청했고, 양씨는 따로 요청이 없어 제공하지 않았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자를 일부러 제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양씨의 트레이닝복 차림에 대해 경찰은 “체포 당시 옷이 아니라 본인이 갈아입은 것”이라며 호송 이전에 양씨가 자의로 옷을 갈아입었다고 부연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선 피의자의 복장 관련 규정이 따로 없으며, 검거 이후 피의자에게 옷을 갈아입을 기회를 주기도 한다.
출석 당시 양씨가 서류철로 얼굴을 가리려고 시도하자 경찰관이 이를 제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구속심사 자료가 담긴 서류철을 양씨가 말없이 가져가려 해 제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윤원묵 부장판사는 전날 양씨와 용씨에 대한 영장심사를 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손씨와 과거 연인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진 양씨는 지난해 6월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내며 ‘임신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손씨를 협박, 3억여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양씨는 이후 ‘임신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도 썼다고 한다. 양씨와 교제하며 협박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용씨는 올해 3월 손씨를 협박해 7000만원을 요구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영장심사에 출석할 땐 취재진의 질문 세례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양씨는 심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협박을 공모했느냐’는 물음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용씨는 심사 뒤 ‘손흥민 선수에게 할 말이 없느냐’,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14일 체포 직후 압수한 이들의 휴대전화 등을 바탕으로 해당 초음파 사진의 진위 등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손씨의 소속사는 입장문에서 “손흥민 선수는 이 사건의 명백한 피해자”라며 “명백한 허위 사실로 공갈 협박을 해온 일당이 선처 없이 처벌될 수 있도록 강력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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