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열리는 순간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은 예상을 한참 뛰어넘었다. 사전에 “귀가 아플 수 있다”는 귀띔을 받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같은 또래가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이는 전통 춤과 악기 연주에 순수한 갈채와 환성으로 호응하는 아이들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을 주는 풍경이었다.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서울시 학생 공연 관람 지원사업인 ‘2025 공연봄날’로 열린 리틀엔젤스예술단 특별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잠실여자중학교 1학년 149명, 오봉초등학교 5학년 105명 등 서울 곳곳에서 모인 854명의 아이들이었다. 1964년 초연된 전통의 ‘북춤’부터 지난해 선보인 ‘신명한판’, 그리고 마지막 합창과 커튼콜까지 진심으로 즐기며 열광하는 모습에 무대 위 예술단원들도 다른 공연보다 더 큰 힘을 얻는 듯했다.
공연의 시작은 리틀엔젤스를 대표하는 상징적 작품인 ‘북춤’이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정제된 리듬과 함께 강렬하게 관객을 몰입시켰다. 북을 두드리며 고난도의 춤을 선보이는 대목마다 아이들은 커다란 환호로 단원들을 응원했다. 또 다른 대표작 ‘부채춤’에서 전통무용의 아름다움을 접한 아이들은 연달아 탄성을 터뜨렸다. 리틀엔젤스는 균형 잡힌 움직임과 화려한 색채미로 부채춤을 선보이며 시각적 쾌감을 선사했다. 리틀엔젤스 전통 레퍼토리가 가진 힘이 잘 드러나는 무대였다.
작품마다 떠들썩하던 객석은 ‘화검’에 이르러서는 숨 멎은 듯 조용했다. 2019년 초연된 ‘화검’은 리틀엔젤스 작품 세계에 검무라는 영역을 추가한 새로운 작품이다. 칼과 함께 전개되는 긴장감 넘치는 군무는 다른 무용단이 아니라 군 의장대쯤에 비견해야 할 정도였다. 평소 예술단의 연습량을 짐작게 할 정도로 일사불란한 검무를 아이들은 손뼉 칠 생각도 잊은 채 몰입해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어린 단원들이 칼을 다루는 동작에서 느껴지는 절제와 용기, 그리고 장단에 맞춘 유연한 곡선은 전통적 남성무의 강인함을 섬세하게 재해석했다.


지난해 초연된 ‘신명한판’은 다시 무대를 뜨겁게 달구며 공연의 정점을 찍었다. 사물놀이와 탈춤의 에너지가 결합한 이 작품은 마치 전통 마당놀이가 무대로 옮겨진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흥과 장단이 객석으로 번지며 아이들은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냈고, 무대 위 단원들도 그 리액션에 힘입어 더욱 생기 넘치는 무대를 완성했다.

마지막 무대는 모든 장르를 잇는 ‘합창’이었다. 무대 위 단원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노래할 때, 관객석에서도 하나 되는 정서가 감돌았다. 아이들의 순수한 음성에 어린 관객들은 박수로 응답했고, 공연은 자연스레 커튼콜로 이어지며 완벽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초등교사 출신이자 100만 유튜버로 이날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공연 해설을 맡았던 크리에이터 김켈리는 “벌써 3년째 함께하고 있다. 예술단 공연에는 애정이 있어서 매년 오고 있다”며 “아이들의 반응이 정말 순수하고 진심에서 나오는 박수 같아서 보는 입장에서도 뭉클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대중음악에 익숙해 한국 전통예술을 멀게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리틀엔젤스 공연은 같은 또래 친구들이 무대에 서 있어 아이들이 진심으로 즐기고 있고 끝나고도 여운이 남는다”며 “내가 지금도 초등학교 교사였다면 매년 아이들과 함께 반드시 이 공연을 보러 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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