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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로봇 격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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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6 23:08:51 수정 : 2025-05-26 23: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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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스틸’(Real Steel)은 2011년 개봉한 SF 영화다. 인간이 아닌 로봇 파이터들이 사각의 링을 지배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각본이 부실했음에도 소재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리얼 스틸’과 흡사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격투기 대회가 지난 25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됐다. 세계 최초다. 대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펀치와 발차기를 주고받으며 인간 못지않은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로봇이 링 위에서 싸우려면 단단한 신체구조는 기본이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가능하다. 여기에 고강도 대결 동작이 가미돼야 한다. 참가 로봇들은 실제 격투기 선수의 동작 데이터를 학습해 스트레이트와 훅, 어퍼컷 펀치를 비롯해 사이드킥, 공중 스핀킥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심지어 넘어진 후 스스로 일어서기까지 했다. 싫든 좋든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로봇 격투기 대회는 지난달 19일 베이징에서 휴머노이드 21대가 참가한 하프 마라톤 대회가 열린 데 이어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해 중국이 펼치는 총력전의 일환이다. 현재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하는 회사는 100곳에 달한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2월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을 공개한 전 세계 기업 중 중국 기업의 비중은 61%를 차지했다. 로봇 기술의 발전은 변화(change)가 아니라 변혁(innovation)을 의미한다.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로봇의 도약은 인간에게 알 수 없는 공포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격투기 대회를 지켜본 이들도 “로봇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 아니냐”, “안전 문제가 생길까 우려된다” 등 반응을 보였다. 최근 중국의 한 로봇 연구소에 있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난동을 부려 연구원들을 다치게 할 뻔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2월 중국에서 열린 춘절 축제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행사를 구경하던 관중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는다면 심각한 윤리와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도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곧 다가올 미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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