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선을 앞두고 그제 열린 3차 후보 TV 토론회는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로 기록될 것이다. 정치 개혁, 개헌, 외교 등을 주제로 삼은 이날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은 논제와 전혀 무관한 정쟁으로 일관하며 경쟁자를 겨냥한 인신공격에만 급급했다. 오죽하면 “승자는 없고 토론에 참여한 모두가 패배자일 뿐”이라는 혹독한 관전평이 쏟아졌겠는가. 대선후보들은 이러고도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지 통렬히 반성하길 바란다.
특히 여성의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이준석 후보의 발언이 목불인견이었다. “여성 인권에 대한 진보 진영의 이중 잣대를 지적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본인의 주된 지지층인 20대 남성을 의식해 이른바 ‘남녀 갈라치기’를 시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치권에서 “여성 혐오” 등 비판이 쏟아지고 시민단체가 경찰에 고발장까지 접수하자 이준석 후보는 어제 “불편할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선 사과를 드린다”며 한발 물러섰다. 유권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 이준석 후보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하겠다.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이 본인의 ‘사법 리스크’ 제거를 위한 방탄 법안을 속전속결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일방적으로 통과된 법안보다 거부권 행사한 사례가 더 많다”고 둘러댔다. 자신에겐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듯 모든 책임을 윤석열 전 대통령한테 돌린 것이다. 김 후보는 국회 과반 다수당인 민주당이 지난 3년간 30건 넘는 탄핵안을 발의한 점을 들어 이재명 후보를 향해 “삼권분립을 완전히 파괴하는 독재”라고 비난했다. 탄핵소추 남발은 그릇된 행태이지만 탄핵 자체는 헌법에 규정된 국회 권한임이 명백하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TV 토론회를 도입한 것은 후보들의 인물 됨됨이와 공약 등 정보를 정확히 알려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게 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은커녕 국민의 정치 혐오만 부추기는 행사로 전락했으니 이런 TV 토론회가 대체 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후보가 논제에서 벗어난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경우 발언권을 빼앗는 등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현행 TV 토론회 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칠 보완책 마련을 위해 정치권과 학계, 언론계 등이 당장 머리를 맞댈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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