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 1.5→0.8% ‘뚝’…금리는 2.50%로 인하

하향 폭 코로나 이후 최대
7·8월 추가 금리인하 ‘촉각’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성장 절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며 기준금리는 0.25%포인트(p) 낮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은은 29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망치보다 0.7%포인트(p)를 낮추며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한은이 연간 전망치를 0.7%p 이상 조정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8월 그해 전망치를 -0.2%에서 -1.3%로 1.1%p 낮춘 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2023년 11월(2.3%) 이후 지난해 5월(2.1%), 11월(1.9%), 올해 2월(1.5%) 등으로 지속해서 낮춰왔다. 이번 한은 전망치 0.8%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 아시아개발은행(ADB·1.5%), 국제통화기금(IMF·1.0%) 등보다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0.8%)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4일 새로 제시한 전망치(0.8%)와 같다.

한은의 이번 성장률 전망에는 내수 부진과 미국발 관세 충격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최근 경제 동향’에서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의 고용 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 둔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14일 경제 전망에서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시적인 내수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가 전례 없이 2년 연속으로 1% 안팎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이 고착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0.91포인트(0.78%) 오른 2,691.06으로 시작했다. 연합뉴스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에 이은 추가 인하 결정이다.

시장의 관심은 금통위가 오는 7월이나 8월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지에 쏠린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는 일단 7월 초까지로, 다음 금리 결정 시기를 전후해 관련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 주 출범하는 새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 등도 향후 금통위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종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