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대선패배 책임 지고 줄사퇴
權 ‘당 분열’ 패인 지목해 친한계 직격
“자해적 정치행태 분노하는 국민 많아”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거취 표명 유보
친한계 “신속히 새 지도부 구성” 주장
舊친윤계는 現체제서 전대 준비 입장
차기 지도부 구성방식 놓고 갈등 예고
6·3 대선 패배 책임을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5일 대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대선 이후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대선 패배를 자성했으나 대선 패인과 쇄신 방향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을 벌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대선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변명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보수의 재건을 위해 백지에서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며 “저부터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임이자·최형두·최보윤 등 비상대책위원들도 의총에서 사의를 밝혔다. 박대출 사무총장은 지난 3일 이미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거취 표명을 유보했다. 김 위원장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거취와 관련해 의원님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이달 30일까지다. 김 위원장은 9일 열리는 의총 후 거취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대선 패배 후 첫 의총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각기 진단한 대선 패인에 따라 앞다퉈 쇄신론을 주장했다. 의원 대다수가 ‘뼈를 깎는 반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당 혁신 방향에 대한 여러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대변인을 맡았던 박수민 의원은 이날 직 사퇴 후 본청 앞에서 ‘대국민 반성문’을 발표했다. 박 의원은 “졸속의 탄핵 소추를 열어버린 점, 스스로 탄핵 반대 낙인을 찍어버린 점, 그래서 대선 패배로 이어진 점, 일련의 모든 사안에 깊이 죄송하다”고 울먹이면서 “이 모든 사과와 반성의 첫 움직임은 쇄신과 재창당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선 패인을 진단하는 과정에서는 또다시 당내 계파갈등이 불거지는 조짐이 보였다. 권 원내대표는 패인으로 “당내 분열”을 지목하며 자신을 향한 사퇴 공세를 이어온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직격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번 대선 패배는 단순히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심판에 그치지 않는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분열에 대한 뼈아픈 질책”이라며 “나라의 명운이 걸린 선거에서조차 뒷짐 지는 행태와 분열 행보를 보인 부분, 내부 권력투쟁을 위해 국민의힘을 음해하는 더불어민주당 논리를 칼처럼 휘두르고 그들의 칭찬을 훈장처럼 여기는 자해적 정치행태에 대한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국민과 당원이 많다”고 지적했다.
강선영 의원도 “(후보 강제 교체 사태에서) 의총에도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이 많았다”며 친한계를 겨냥한 작심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계에서는 “신속히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6선 조경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가능한 빨리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한두 달 안에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조기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계파갈등도, 당내 투쟁도 아니다. 새로운 지도부의 탄생이 민심을 받아들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舊) 친윤계 의원 일부는 현행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며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차기 지도부 구성 시나리오를 두고도 의견 합일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나아가 당직자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대식 의원은 “반성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지금 전체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국민들에게 반성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지도부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의힘도 새 원내대표 선출 단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날 비공개 회의를 열고 차기 원내대표 선거일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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