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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칼럼] 대한민국 국가전략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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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8 22:50:43 수정 : 2025-06-08 22: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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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위상 높아진 韓 복합위기
새 대통령이 제시한 국가 비전
좌우 떠나 폭넓은 공감대 형성
실행 가능한 정책 만들어내야

국가의 국력이 약소국에서 중진국, 혹은 중진국에서 강대국 수준으로 부상할 때, 그 사회에서는 증진된 국제적 위상에 부합하는 국가전략을 모색하는 경향이 나타나곤 한다. 1980년대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을 때, 일본 내에서는 안보정책 측면에서도 여타 국가들과 동등한 수준의 군사능력과 안보정책을 가져야 한다는 ‘보통국가론’이 대두한 바 있다. 덩샤오핑 이래의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수준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던 2010년 전후, 중국 정치가와 식자들 사이에서는 여타 강대국들이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어떤 전략을 추구했는가를 비교 검토하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모색하는 ‘대국굴기’ 프로젝트가 집중적으로 추진된 바 있다.

대한민국은 지난 80여 년간 약소국에서 중진국으로 국제적 위상이 발전하였고, 지금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측면에서 세계 10위권 이내의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최근 국내외 학자들 간에는 한국을 핵심적 중견국가, 혹은 강대국의 국제적 위상을 지닌 나라로 재평가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언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2년 전에 간행한 저서를 통해, 한국이 1988년 민주주의 정치체제로 전환된 이후, 보수나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한·미동맹 강화와 군사능력 증대, 무역과 투자의 증진, 공산권 국가들과의 외교관계 확대, 공공외교 및 소프트 파워의 증진 등 대전략을 추구해 왔고, 그 결과 지금은 일본 및 인도와 더불어 아시아 지역의 핵심적 중견국가로 부상하였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그는 향후에도 한국이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활용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외교 및 경제 활동 확대, 그리고 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등의 수단을 활용하여 국가안보의 확보, 남북 간 화해와 통일, 국제기구 및 국제사회 등에서의 역할 확대 등 국가목표들을 추구하는 중견국 전략을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서울대학교 이근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를 통해 보다 야심적인 국가전략을 제안한다. 그는 20세기 이전에는 전쟁의 승리를 통하여 영토와 자원을 많이 확보한 국가가 강대국이 되었지만 20세기 후반의 국제질서에서는 경제력과 기술력, 그리고 인적자원으로 국제시장을 확대하는 국가가 강대국이라고 새롭게 규정한다. 이 같은 규정에 의하여, 그는 이미 근대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한국이 차후 강대국을 지향하는 비전과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한 강대국 추진 전략의 구체적 과제로서 이 교수는 G 7과 같은 강대국 클럽에의 가입, 자유주의 국제질서 유지발전을 위한 역할 확대, 그리고 글로벌 질서 안정을 위한 군사력 투사 준비 등을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할 것을 주문한다.

과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파르도 교수가 말하는 핵심적 중견국가인지, 아니면 이근 교수가 역설하는 강대국을 지향해야 할 수준인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한국의 국가적 정체성이나 지정학적 환경에 비추어 어떤 국가전략이나 비전을 지향해야 할 것인지 견해가 갈라질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 지금 시점이야말로 대한민국이 향후 추구해야 할 국가적 목표는 무엇이고, 그를 달성할 수 있는 역량의 준비는 갖춰져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이 복합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성장 발전하는 나라”, “모두 함께 잘 사는 나라”, “문화가 꽃피는 나라”,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채택하겠다”라고 밝혔다. 새로운 국가지도자가 모처럼 제시한 국가비전과 전략 방향이 앞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할 이정표의 하나를 제시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진보이든 보수이든 국가전략의 방향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각 분야에서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내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 같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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