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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정의롭게 보이지 않는 대법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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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0 23:22:13 수정 : 2025-06-10 23: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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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내세웠지만 시기·방법 올바른지 의문
사회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진단 먼저 해야

대법관 증원은 누구나 기시감(데자뷔)을 가지는 익숙한 사법개혁의 단골 주제이다. 예전에도 국회의 다수를 차지했던 정당들은 소송 지연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고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대법관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변하고, 소수당은 법원의 권한을 약화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삼권분립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사생 결단의 태도는 결국 아직은 시기상조이니 깊이 있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보자는 약속 대련 같은 결론에 이르곤 했다. 그런데 지금 국회 법사위에서 본회의 회부를 준비하고 있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처리 절차는 뭔가 달라 보인다.

먼저 그 시기이다. 다수당 대표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 피고사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로 그다음 날 느닷없이 그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대법관을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누구라도 사법개혁보다는 다른 의도가 짙게 깔렸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정의로운 것만큼 정의롭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을 곱씹어 볼 일이다.

김성룡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다음은 그 방법이다. 내년부터 연간 4명씩 증원하여 대통령 임기 말에는 30인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대법관 1인의 연간 사건처리 수가 약 4000건으로 너무 많아 제대로 된 심리나 숙의가 가능할지에 대해 국민의 불신이 쌓이고, 법령의 통일된 해석이 힘들고, 대법관들이 ‘서오남’으로 획일화되어 있으니, 총 16명을 증원하여 대법관이 개별사건에 충분한 시간과 역량을 투입할 수 있게 하고, 사회적 다양성이 반영된 인적 구성을 통해 대법원의 심리가 충실해지고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며,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과 법치주의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개혁의 지향점을 모두 모아 놓은 듯 보이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통령이 된 당대표이자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바로 그 선고 다음 날 ‘대법관 16인 증원’이라는 수단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을 두고 ‘선한 목적을 가진 옳은 사법개혁안’이라고 받아들일 상식적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법관 증원 이유로 제시된 주장들을 보면 소송 범람, 상소 증가, 업무 부담 급증, 국민의 사법불신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4년간 총 16인의 대법관의 증원이 가장 시급한 대책이라는 것인데, 선진국 대한민국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대한 입법 취지로 내세우기에는 너무나 성의 없어 보인다. 그런 논리라면 미국은 9인의 연방대법관이 헌법재판까지 담당하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이니, 이번 기회에 헌법재판소도 없애고 14인의 대법관을 5인 줄여 9인으로 하자는 주장은 잘못된 것인가? 대법관 증원을 해법으로 한다면, 독일 연방대법원의 6개의 형사부는 총 47명의 대법관이 연간 총 3000여 건을 처리하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형사사건 전담 대법관 47명 정도는 두어야 제대로 된 심리를 가능하게 하는 개혁의 바른 방향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의 민주주의는 우리와 그 연원이 다르고, 독일 사람의 법치주의에 대한 이해는 우리 국민과 다르다. 모든 나라가 똑같은 수준의 법치주의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국민을 위한 우리의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진단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인간의 사법부가 완전하지 못해도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의무를 진 국가기관이어야만 한다. 진정으로 사법개혁을 원한다면 소송절차의 입력을 어떻게 줄여야 할지, 모든 소송에 삼세판을 유지해야 하는지, 무엇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상소하는지, 인공지능(AI)·빅데이터 강국의 소송절차에서 증거 조사는 합리적으로 축소될 수 없을지, 국민참여재판의 배심 평결에 기속력을 부여하면 소송의 심급변화와 상소 건수가 줄어들지는 않을지, 판사를 돕기 위해 도입된 전문심리위원은 생각대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평가해 볼 수 있도록 그 기초가 되는 사실 조사라도 한 번 하고 나서 ‘이것이 사법개혁안입니다’라고 내보이는 것이 그들이 존중하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김성룡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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