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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영원한 적과 동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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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6 22:59:48 수정 : 2025-06-26 22: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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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4 ‘톰캣’은 미국 항공업체 그러먼(現 노스럽그러먼)이 제작해 1974년부터 2006년 퇴역 때까지 미 해군에 납품한 쌍발엔진 전투기다. 이륙 시 날개를 접고 비행이나 착륙 때는 펼치는 독특한 가변익 날개 구조에 우수한 성능까지 더해져 역대 최강 함재기로 불렸다. 1986년 영화 ‘탑건’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모는 전투기로 등장해 명성을 떨쳤다. 성능과 인기에 비해 운용 기간은 30년 정도로 짧다. 비싼 후속 군수지원 비용과 냉전 종식 이후 급속한 미국의 국방예산 삭감 기조 탓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F-14를 운용하는 국가는 이란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팔레비 국왕이 통치하던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었다. 당시 이란은 러시아가 이라크에 첨단무기를 공급하고, 러시아 공군의 MIG-25 전투기가 자국 영공을 자주 침범하자 F-14 전투기 판매를 요청했고, 미국은 1976년 F-14 80대를 이란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게도 팔지 않던 전투기다. 찰떡궁합을 과시한 것이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지난 16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 테헤란 공항에 주둔 중이던 F-14 전투기 두 대를 파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동지에서 적으로 변한 양국 관계가 다시금 화제가 됐다. 미국과 이란의 악연은 1951년 친서방 팔레비 왕조의 복원과 함께 지난 70여년간 이어져 왔다. 미국이 팔레비 왕조에 제공했던 원자로 기술은 핵개발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분노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24시간 휴전’ 합의를 이행하면서 12일 동안 이어진 전쟁이 지난 25일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이란은 평화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폭격당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재건하려 하면 추가 공습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국 관계가 언제 또 틀어질지 알 수 없다.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고, 적이 동지가 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오로지 이해득실만이 자리한다. 굳이 따진다면 동지로 남는 길이 좀 더 험난할 것이다. 역사가 증명하는 교훈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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