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모자∙가방 등으로 방어하고, 출몰 지역 주의해야
비둘기가 ‘개’라면 까마귀는 ‘고양이’
타다다닥. “으악.”
최근 하늘에서 갑자기 달려들어 사람들의 머리를 쪼는 까마귀들의 공격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까마귀가 나타나는 지역에 ‘까마귀 공격 주의’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해당 구간에서는 우산을 쓰고 걷고, 새끼 까마귀에게 절대로 접근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먹이를 찾아 도심에 둥지를 큰 까마귀가 산란기를 맞아 공격성을 보이고 있어서다.
사람에게 대놓고 의존하는 태도를 보이는 비둘기라면 먹이를 주지 않는 식의 소극적 ‘응징’이라도 가능할 텐데, 도시 까마귀는 인간의 부산물을 먹고 살면서도 사람과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최근 조류계의 테러리스트가 된 큰부리까마귀 대처법과 함께, 까마귀의 도시 생존법에 대해 알아본다.
◆공격 가한 사람∙장소 기억하는 ‘지능범’
통상 3∼6월은 까마귀 번식기로 새끼들이 있는 나무 근처를 지나가는 행인을 공격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주로 낮 시간에 갑자기 날아와 사람의 머리를 쪼아대는 형태로 공격을 가한다.
서울 서초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A씨는 “까마귀에게 쫓겨 편의점으로 도망쳐오는 사람들이 하루에 몇명씩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까마귀가 남자 어린이를 발톱으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까마귀 2마리에 쫓기던 아이는 넘어지면서 다리에도 상처를 입었다.
도심 텃새가 된 이 녀석들은 큰부리까마귀로, 성체 크기가 55∼60cm에 달한다. 원래 숲과 농경지 등 자연에서 서식했지만, 매와 독수리 같은 천적이 없고 사람의 부산물을 쉽게 얻어 먹을 수 있는 도시로 옮겨와 개체 수를 늘렸다.
까마귀는 산란기에 3주 정도 닭처럼 알을 품는데 이 기간 둥지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을 공격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그 천진난만한 행동이 까마귀에게는 적대적∙위협적 신호로 인식돼 공격 대상이 되곤 한다.
까마귀는 2023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으나, 도심에서는 안전 문제로 총포 사용이 어려워 포획이 쉽지 않다. 지자체에서는 까마귀 출몰이 안내된 지역이나 까마귀가 저공 비행하는 모습이 눈에 띈 곳에서는 우산이나 모자 등으로 몸을 보호하라고 당부한다.
야생조류 전문 최종수 생태사진가는 “해외에서는 까마귀 공격으로 어린아이가 실명한 사례도 있어 습격을 당할 때는 눈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보 공유하고 비둘기 먹이 빼앗는 ‘지능범’
‘자연보다 도시가 낫다.’
도시에 까마귀 개체 수가 증가한 이유다. 조류 중 지능이 매우 높은 까마귀는 도구 사용,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 비둘기처럼 대놓고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까마귀는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쓰레기봉투를 찢어 먹거리를 구하고, 음식점이나 공원 등에서 사람이 버린 음식물을 찾아낸다. ‘로드킬’로 인한 동물 사체에 달려드는 조류도 까마귀다. 또 비둘기나 참새가 구한 먹이를 머리를 써서 지능적으로 훔치기도 한다. 도심 공원이나 산책로의 나무열매, 곤충, 지렁이 등도 까마귀의 주요 먹거리다. 고양이나 강아지 사료를 훔쳐먹기도 한다.
까마귀는 경계심이 강하고 독립적인 습성이 있어 낯선 사람에게 직접 다가가 먹이를 구하지 않는다. 비둘기가 개과라면 까마귀는 고양이과인 셈이다.
까마귀가 다른 개체와 정보 공유를 통해 음식이 있는 위치를 알려줄 정도로 지능이 높은 것도 개체 수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지능이 사람에겐 더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까마귀는 기억력이 좋아 한번 공격한 사람과 장소를 기억하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종남 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박사는 대책으로 “전봇대에 빛을 반사하는 유리조각이나 바람개비 등을 설치해 까마귀를 쫓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는 까마귀 둥지를 제거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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