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사업
2024년부터 전국 확대 시행 예고
“전담부서 없고 지역 격차” 우려
“민·관·정 협력… 운영체계 구축”
정부와 지자체가 간병 부담 해소를 위해 시행 중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병원이 간호 인력과 간병 지원 인력을 함께 배치해 환자 돌봄을 전담하는 제도다. 2015년부터 도입 이후 환자와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줄이고 의료기관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를 위해 인력과 재정, 운영 기준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 내 786개 의료기관에서 간호·간병 통합병동이 운영되고 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가족이나 개인 고용 간병인을 대신해 병원 측이 간호 인력과 간병 지원 인력을 함께 배치해 환자 돌봄을 책임지는 게 핵심이다. 환자 부담을 줄이고 병상 회전율을 높이는 게 목표다.
제도 도입 이후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복지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재입원율은 제도 도입 전 11.5%에서 10.2%로 낮아졌다. 건강보험 급여율도 약 0.5%포인트 상승해 환자 본인부담금 증가폭을 제한하는 효과를 보였다. 병원으로서는 일반 병동의 원가 보전율이 30%대에 불과하지만, 간호·간병통합병동은 69%까지 도달해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간호·간병통합병동의 구조적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간호인력의 부족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간호사 1인이 10명 이상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병동을 확대하고 싶어도 관련 인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또 중증환자는 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간병 서비스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병실 환경 정비나 식사 보조, 정서적 돌봄 등 비의료적 요구가 증가하는 까닭에 병원 측 중증환자를 꺼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운영 중인 전북의 한 종합병원급 원장은 “중증환자 대상 확대와 간호인력 배치 기준 강화, 재정지원 확대 등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서비스 범위에 대한 명확한 안내와 병원 인력 교육체계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전국 확대 시행을 예고한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사업’에 대해서도 지자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 급성기 퇴원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 이들이 원래 살던 곳에서 의료와 요양, 주거, 돌봄 서비스를 통합 제공해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현재 131개 지자체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건강보험공단과 연금공단 등 전문기관이 참여해 통합 사례관리, 재활, 방문 의료, 주거환경 개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도 시행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자체 대부분은 관련 전담조직이나 인력이 부족해 기존 복지 부서가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 등 복합 대상자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비 지원이 제한적이어서 대부분의 예산을 지방비에 의존하고 있고, 이로 인해 지역 간 서비스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구조이다. 도시와 농촌 간 인프라 차이에도 상명하달식 정책이 추진되다 보니 각 지역여건에 맞는 통합지원정책 모델과 운영지침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 차원의 전담 부서 구성과 유형별 정책 모델 정립, 국비 보조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김종인 원광대 명예교수(사회복지학)는 “돌봄은 단순한 복지가 아닌 지역기반의 필수 인프라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거버넌스를 통해 긴밀히 협력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제도 정착을 위해 국가 주도의 인력·재정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 현실에 맞는 유연한 운영체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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