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유럽연합(EU) 특사단이 어제 출국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중단된 한국 외교의 정상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EU 등 총 14개국에 특사단을 보내기로 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프랑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국,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인도 특사로 각각 확정됐다. 그런데 정작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미국 특사단은 인적 구성을 놓고서 아직도 논의가 분분하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개최가 꼭 필요한 시점에 중요한 외교카드인 특사 파견이 지연되니 우려를 자아낸다.
애초 이 대통령은 미국 특사단장으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가 워낙 강해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김 전 위원장이 독일 유학파 출신으로 미국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데다 과거 트럼프를 겨냥해 “선동, 우민, 광인 정치”라고 독설을 퍼부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현재 한·미 간에는 관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정상회담 등 시급한 현안이 많다. 대통령실이 조속히 대미 특사단장을 확정해 한·미 동맹에 대한 국민의 염려를 불식하길 고대한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직후 주요국 대사들에게 “2주일 안에 귀국하라”고 지시했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는 했으나, 그렇게 다급히 몰아붙일 사안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오죽하면 박철희 주일본 대사가 이임에 앞서 “일본은 신세를 진 사람에게 인사하는 것이 예의인데, 시간이 촉박해 다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겠는가. 주영국 대사를 지낸 국민의힘 김건 의원이 “이번처럼 이례적으로 짧은 기한 내에 귀국을 명한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 점에 비춰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쉬울 뿐이다.
주한 미국 대사 자리는 지난 1월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이임한 뒤 6개월 넘게 비어 있다. 이런 가운데 주미 한국 대사도 당분간 공석으로 남게 됐으니 대미 외교의 차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비롯한 4강 대사는 어차피 대통령의 최종 낙점을 거쳐 결정되는 것이 그간의 오랜 관행이었다. 대통령실은 국회가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정식 취임 이전에라도 4강 대사 인선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북·중·러 밀착의 심화 속에 우리의 외교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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