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문제 불간섭 합의에 위배
남북대화 위해 한·미훈련 연기
정부 내에서 논의할 필요 있어”
‘통일부→한반도부’ 변경 거론도
김기현, 정 향해 “北 대변인 같다”
정 “인격에 대한 모욕” 사과 요구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남북, 북·미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 연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또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의 관련 질의에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2017년 말 문재인 대통령이 ‘3월로 예정된 한·미 군사연습을 연기하겠다. 이것을 미국에 제안하겠다’고 했고,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며 “정부 내에서 (연합훈련 연기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시기인 2018∼2019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좌초된 이유로도 한·미 연합훈련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2019년 6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직접 약속했지만, 2019년 9월 연합훈련을 강행하면서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얼어붙었다는 지적이다. 정 후보자는 “남북관계가 (북·미 비핵화 협상에) 앞서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인 게 (문재인정부의) 실책”이라며 “너무 동맹의 눈치를 봤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북한을 대화·협상 상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냐’고 묻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은) 위협”이라고 답했다. 이어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미사일 위협을 가하는데도 위협일 뿐이냐’는 질의에는 “쏠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게 우리 정부가 할 일”이라며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 후보자는 9·19 군사합의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2024년 6월 국무회의 의결로 9·19 군사합의 효력을 중지했다. 그러면 역순으로 새 정부 국무회의가 9·19 군사합의를 복원한다는 의결로 우리가 일방적인 (복원)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북한 주민의 시민권 문제는 북한 내정 문제이므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인권을 북한 체제에 대한 공세 수단으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며 “남북기본합의서 2조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건 의원이 한국 드라마 등을 시청하면 처벌하는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대해 문제 제기할 것이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법제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에 김 위원장을 초청할 의사가 있냐는 국민의힘 김기웅 의원 질의에 “만일 그런 국면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아마 극적으로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김 위원장이 경제특구 22곳을 만들었다면서 “김 위원장의 청사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우호적·평화적·협력적인 두 국가 관계로 바꿔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 방안으로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꼽았다.
앞서 남북관계 전환을 위해 통일부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밝힌 정 후보자는 이날 그 대안으로 한반도부를 거론했다. 그는 또 “통일부가 관장하고 있는 탈북민 3만4000명에 대한 보호와 지원 안전 문제는 말단 행정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가 주관부서가 되는 것이 맞다”며 “통일부 직원이 500명도 채 안 되는데 3만4000명의 서비스를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질의 과정에서 김기현 의원이 정 후보자를 향해 “북한 대변인 같다”고 말한 것을 두고 여당 의원들이 사과를 촉구하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정 후보자까지 나서서 김 의원에게 “북한 대변인이라고 규정한 것은 제 인격에 대한 모욕”이라며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은 “후보자 말이 너무 지나치다. 엄중히 경고한다”며 “후보자가 어떻게 국회의원 생각에 ‘잘못했어. 사과해’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비웃었다면서 “에티켓부터 지켜라”라며 역공했다. 윤 의원은 “북한 대변인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순간적으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진 가족의 태양광 사업에 대해선 “생존형, 생계형, 호구지책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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