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 “산업 AI 인재 육성·제조업 혁신… 韓 ‘퍼스트 무버’로 가는 길” [세상을 보는 창]

관련이슈 세계뉴스룸

입력 : 2025-07-16 06:00:00 수정 : 2025-07-15 21:06:09
황계식 논설위원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해마다 이공계 학생 1000명 집중 육성
AI 전환 이끌 ‘한국형 천인계획’ 제안
최상위 혁신 인재 선발 프로젝트 준비

AI시대는 창의적 문제 만드는 게 중요
개발도상국 인재 정원 외 편입도 추진
학교서 잠재력 풍부한 이들 양성 기대

첨단분야 국가 주도 ‘혁신연구원’ 설치
고용한 젊은 연구원 파격적 대우하면
국내 석학의 해외 이탈 크게 줄어들 것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휴머노이드 상업화 등 온갖 청사진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산업계에서도 AI를 도입해 현실과 동일한 가상모델로 먼저 시험해 보는 ‘디지털 트윈’을 바탕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기업이 속속 늘고 있다. AX(AI 전환) 이후 시뮬레이션과 로봇 협업으로 공정을 최적화하거나 모니터링을 통해 불량률을 낮추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등의 개선 조치는 ‘산업 AI’의 영역이다. 중국발(發) 위기를 넘어서려는 제조업, 특히 대기업이 활용에 적극적이다. LG전자는 국내 생산의 중심축인 마더 팩토리를 제조 AX 기반 고효율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해 ‘K팩토리’를 구축하고, 이를 해외 기지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국가 AI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지난 9일 “대학원에도 ‘학생 설계 전공’을 도입해 학부 전공과 인공지능(AI) 간 융합교육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더불어 직장 경력 3년 이상 학사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공학전문대학원은 산업 AI 인력을 양성하는 축으로 키워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재문 기자

김영오(59) 서울대 공대 학장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국내 제조업의 AI 대전환에 필수인 산업 AI 인재 양성에 힘써 왔다. 국가 주도의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한국형 천인계획’을 제안해 이목을 끈 그를 지난 9일 서울대 공대 학장실에서 만났다. 김 학장은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우리가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은 제조업에 있다고 믿는다”며 “소버린(주권형) AI와 같은 코어 기술의 개발로 3대 강국을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분야에서 우리는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신세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율이 28%를 넘는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보다 높은 수치다. AI를 일부라도 도입한 국내 기업은 30% 정도로 추산된다. 정부는 5년 내 70%로 높인다는 계획인데, 대상 대부분이 제조업 영역이다. 제조업에서 국부 창출을 주도해야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도 향상된다는 게 김 학장의 지론이다.

 

그가 해마다 이공계 대학생 1000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 인재 프로젝트’를 제안한 배경엔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 중국 정부가 2008년부터 시행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천인계획’에 힘입어 딥시크와 같은 ‘AI 퍼스트무버’가 탄생했듯이, 우리도 국가 주도로 과학기술 인재의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에 집중해 제조업 등 산업 혁신을 끌어내자는 구상이다.

김 학장은 더불어 대입부터 도전과 혁신에 나설 이공계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받고픈 바람도 비쳤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공학도가 되고 싶어서 준비해 왔다’는 학생들을 서류 전형이나 면접에서 발굴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공정성 시대 탓에 올림피아드와 같은 각종 대회 입상 실적이든지, 인턴을 했다든지 등 자기소개서에 적시하면 안 되는 정보로 치부되는 게 너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상을 바꾸는 혁신 인재 프로젝트를 제안한 배경은.

“우리나라에서 혁신 인재를 키우는 데 여러 제약이 있는 게 현실이다. 그중 하나가 대입제도이고, 수십년간 논란이 되지 않았나. 주어진 조건에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공계 대학생 중 1%를 발굴해 키워 보자는 구상에 이르렀다. 해마다 우리나라 대학 이공계 신입생이 10만명 정도이니 1%이면 1000명인데, 가칭 ‘과학기술인재양성센터’라는 국가기관을 만들어 권위와 신뢰를 부여해 주면 획기적인 방식으로 최상위 혁신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먼저 서울대 공대부터 작은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매년 학부생을 대상으로 혁신 인재 40명을 뽑아 지원·양성하겠다는 계획을 공지하고, 관련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2∼4학년을 통틀어 40명을 뽑아 장학금 2000만원을 주고 교수를 멘토로 매칭시켜 함께 연구·창업할 수 있도록 추가로 1000만원을 지원하려 한다. 이렇게 3년간 지원할 예정인데, 중간평가는 물론이고 이들 학생이 사회에 나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도 살펴볼 계획이다.”

―선발 방식도 궁금하다.

“입학 성적순으로 뽑자는 건 아니다.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어떻게 뽑을지 논의를 시작했다. 내가 TF에 던진 화두는, 사뭇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세상에 없는 최초의 질문’을 한다든지, 쉬운 문제라도 뻔한 풀이가 아닌 색다른 아이디어를 도입한다든지 그런 인재를 뽑자는 것이다. AI 시대에는 문제를 푸는 것보다 창의적인 문제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국가 차원으로 확장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인재육성센터라는 정부 주도 조직에서 전국 대학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울대 공대에서 마련한 선발방식으로 잠재력이 풍부한 이들을 양성할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개발도상국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아는데.

“젊은층이 두터운 개도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다니는, 예를 들면 베트남 최상위인 하노이대 기계공학과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2학년 때 스카우트해 데려오는 정원외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한 해 50명 정도 입학할 수 있다. 서울대에도 글로벌 전형이 있는데, 일반 편입학 제한을 풀어 달라고 대학본부에 요청했다. 글로벌 전형은 부모가 다 외국인이면 자격이 생기는데, 최소한 이런 그룹만이라도 일반 편입학을 통해 편입생으로 수용했으면 한다. 지금은 일반 편입학을 제한한 탓에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서울대 3학년으로 입학할 수 있다. 국내 다른 대학에서 도미노식 학생이탈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탓에 제한한 것인데, 글로벌 전형까지 적용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학교 국제교류위원회에서 작년에 하노이대와 협의했을 때 호응이 컸다는 전언이다.”

―대학에서 잘 키워도 지금처럼 미국의 글로벌 테크 기업 등으로 속속 떠나는 인재유출 현상이 지속된다면 실효성이 있을까 걱정된다.

“우리 학생들이 세계적인 기업에 고용되거나 유학 또는 박사후연구원으로 외국에서 세계적인 석학과 일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당장 우리 기업도 노동제도의 경직성 탓에 외국처럼 선뜻 고액 연봉자를 뽑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AI, 바이오, 탄소중립과 같이 굵직한 테마로 국가 주도의 혁신연구원을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AI를 예로 들면 인력을 1만명 양성한다, 10만명 한다 등 양적인 목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단은 200명이라도 핵심적인 혁신 인재를 수용할 연구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고용한 젊은 전임연구원 200명에겐 연봉 5억원 정도의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자는 게 내 아이디어다. 이후 평가를 엄정히 하는 등 고용 유연성도 뒤따라야 할 것 같다. 지금 있는 정부출연연구소를 개편하는 방법도 있을 거다. 이들 전임연구원과 함께 국내외 석학을 객원연구원이나 초빙연구원으로 동참시켜 연구비 20억원 이상의 정부 프로젝트를 보장해 줬으면 한다. 서구에는 5년 동안 연구만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석학교수 제도가 있다. 국내외 석학이 함께하는 석·박사를 데리고 와서 인턴연구원으로 참여시키면 학업과 연구를 한꺼번에 진행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의 연구팀이 평가를 통해 3∼5년 단위로 선순환한다면 젊은 인재나 국내 석학의 해외 이탈 우려는 크게 줄 것이다.”

―서울대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이르면 9월부터 정년을 보장받는 교수를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미국은 정년 보장 후에도 교수가 안주하지 않도록 연봉제를 적용한다. 호봉제인 한국은 이와 판이해서 성과연봉제라는 제도가 나온 거로 알고 있다. 교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정년 보장과 호봉제가 어울리지 않는 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호봉제만 고집한다면 정년 연장도 힘들 거다. 더불어 교수 성과 평가도 제대로 해야 한다.”

―국내 산업 AI 수준은.

“갈 길이 멀다. 데이터도 AI도 로봇도 (기업) 맞춤형으로 가야 하는데, 할 일이 대단히 많은 영역이다. 서울대 공대는 앞으로 ‘산업AI센터’를 기업 맞춤형 허브로 키울 작정이다. 기업에서 ‘AI를 도입해 효율을 높이고 싶은데, 저희의 문제점은 뭔가요’ 의뢰하면 센터에서 그 분야 전문지식을 지닌 교수와 AI 전문가를 매칭시켜 컨설팅을 해주고 과제를 도출해 주려 한다. 이들 과제를 대학이나 AI 솔루션 기업에서 연구를 통해 해결해 주는 식이다. AI 도입 여력이 녹록지 않은 기업이 많을 텐데,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이런 컨설팅 의뢰를 지원해 주면 된다.”


황계식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
  • 박규영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