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명박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자가 “김대중·노무현정부 10년의 남북 화해정책을 이명박정부가 바꾸면서 북쪽의 대응이 달라졌다”며 내놓은 인식이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라는 점을 고려해도 북한의 도발을 우리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건 지나치다. 그런 논리라면 대북 화해정책을 추진했던 진보 정부 시절에 자행됐던 북의 도발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 후보자는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는 주적 개념은 김영삼정부 시절 북측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국방백서에 명기된 이후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선 ‘주적’을 ‘군사 위협’으로, 이명박·윤석열정부에서는 다시 ‘주적’으로 바뀌었다. 정 후보자의 발언은 이제 진보 정부가 섰으니 다시 주적 개념을 파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권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하면 북한은 우리를 우습게 볼 것이고 국제사회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정 후보자의 남북 9·19 군사합의 복원 주장도 우려스럽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산물인 9·19 합의는 북한의 숱한 합의 위반으로 문재인정부 시절 사실상 사문화했다. 북한이 2023년 9·19 합의를 전면 폐기했지만 우리는 군사분계선(MDL) 5km 이내의 포병 훈련과 서북 도서의 해상 사격 훈련 등을 멈추고 합의를 준수했다. 이후에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GPS 교란, 미사일 발사 도발이 이어지자 우리 정부가 지난해 9·19 합의의 효력을 ‘정지’시킨 것이다. 북한은 지킬 의사가 없는 합의를 우리가 왜 되살리나. 안보 족쇄를 자청하는 자해 행위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주적은 북한”이라고 밝힌 점은 다행스럽다. 9·19 군사합의에 관해서는 “우리가 복원한다고 바로 복원되는 게 아니라 낮은 단계부터 서서히 시작해 일정 부분까지 가야 한다”며 “한·미연합 방위체계 구축을 근간으로 삼은 나라이기 때문에 훈련은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을 이명박정부의 책임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단순히 그 이유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생각은 안 후보자의 답변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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