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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칼럼] 뒤집힌 판에서 버티는 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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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8 22:51:37 수정 : 2025-07-28 22:51:35
황정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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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전’과 당원 중심 체제로
밑바닥부터 바꾼 李의 민주당
운동장 무너진 지 오래인데
국힘은 혁신·희생·전략 없어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정치인 이재명의 등장을 “민족의 커다란 축복”이라고 한 과거 발언이 논란이지만 진보 진영 내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헌사는 제법 많다. ‘김대중 이후 최고 정치 지도자’라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발언도 그중 하나다. 백 교수는 2022년 3월 대선 이후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통령을 “촛불혁명과 현실 정치권을 연결시켜 줄 뛰어난 인재”로 평가하면서 “민주당을 촛불세력과 반촛불세력의 싸움에서 우리가 반드시 차지해야 할 요충지로 보고 우리가 어떻게 지배하고 장악할 것인가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예언’대로 2024년 총선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확실한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고 계엄·탄핵 국면을 거쳐 이재명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재명시대를 여는 데 이 대통령 특유의 개인기와 돌파력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것을 가능케 한 판의 변화가 있었다. 어느 정치인은 이를 ‘진지전’(陣地戰)으로 표현했다. 과거에는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시민·노동단체나 제도권 정당에 진입해 기존의 정치 판도를 바꿨다. 민주화 시기 학생운동이 사라지면서 시민·노동단체, 지역 풀뿌리 조직의 힘이 커졌다. 백 교수가 언급한 ‘촛불세력’에는 민노총을 비롯해 1500개가 넘는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명망가, 엘리트 중심의 정치보다 밑바닥으로부터의 힘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대통령 후보를 만드는 것도, 당 대표와 지도부를 정하는 것도 당원들이다.

황정미 주필

2022년 대선 패배 후 당 대표 선거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당원의 적극 참여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기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입김에 좌우되는 대의원보다 당원 중심으로 견고한 지지 기반을 구축했다. 이해찬 당 대표 시절 만든 온라인 플랫폼은 당원 주도의 판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손쉽게 당원 가입뿐 아니라 당내 소통이 이뤄지면서 이해찬 대표 재임 시기(2018∼2020년) 권리당원 100만 시대를 열었다. 신임 당 대표 경선 후보 모두 “당의 주인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당원”(정청래), “민주당은 당원들이 정치한다”(박찬대)며 당원 주권 정당을 내세운다.

민주당이 판을 바꾸고 다지는 동안 국민의힘은 대구·경북(TK)의 콘크리트 지지, 박정희 자산에 기대 정치 생명을 연장해왔다. 여전히 회자되는 박근혜 천막당사 정신은 TK 출신 ‘미래 권력’, 박근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서사다. 그나마 인상적인 변화는 2040 당원 급증을 가져온 30대 당 대표 등장이었다. 6070 산업화 세대와 2040 젊은 보수 세대가 3050 진보 세대를 가두는 ‘세대포위전략’은 민주당 인사들도 탄복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자신의 책에서 “윤석열 후보 대선 승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20대 젊은 층 공략과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결정적이었다”고 썼다.

이후 윤석열정부가 이준석·안철수를 어떻게 다뤘는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우리가 아는 대로다. 사람들은 대한민국 보수 적통을 이어온 정당이 참담하게 무너진 현실보다 당 해체까지 거론되는 위기에도 변화를 거부하는 무신경, 무책임에 더욱 놀라고 있다. 이 또한 윤석열이 남긴 그림자다. 본인은 탈당했지만 그를 추종한 정치인, 당원들은 그대로 남아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김문수 후보, 탄핵에 반대했던 장동혁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나서고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 전 대표가 출마를 접은 이유다.

“당의 유일한 남은 동력은 당원”이라는 윤희숙 혁신위원장 말은 백배 옳지만 지금의 당원 구조로는 판을 바꾸지 못한다. 두 번의 탄핵 사태, 지리멸렬한 당 행태에 당원 다수가 무력감에 빠진 와중에 강성 당원들 목소리만 과잉 대표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처럼 밑바닥 조직을 키우고 바꾸려면 시간과 전략이 필요하다. 실망한 당원들을 움직이려면 중앙 엘리트 정치인들의 희생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딛고 있는 땅이 이미 무너지고 기울어진 지 오래라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에는 버티면 된다고 착각하는 인사들이 다수다. 당의 존폐와 상관없이 자기 배지만 챙기면 된다는 이들이다.


황정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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