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선수들의 성장기 감동
갈등의 블랙홀로 점점 더 빠지는
여의도 정치판도 보고 배웠으면
표준어는 아니지만 ‘골때리다’란 말이 종종 쓰인다. 대개 어이없고 터무니없는 상황을 마주할 때다. 황당한 짓을 하는 사람에게 ‘골때리는 인간’이라고 톡 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런 면에서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은 이름이 절묘하다. ‘골때녀’는 배우와 코미디언, 가수, 모델, 아나운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외국인 방송인, 전직 국가대표 운동선수 등 다양한 배경의 여성 출연자들이 팀을 이뤄 맞붙는 풋살(미니 축구) 프로그램이다. 축구에서 득점하기 위해 ‘골(goal)을 때린다’는 말과 ‘골때리는’을 연관지어 대중의 귀에 쏙 꽂히게끔 작명한 듯하다.

‘골때녀’는 2021년 2월 설명절 특집 파일럿(맛보기) 방송용으로 제작된 게 시초다. 유명 개그우먼(FC개벤져스)과 톱모델(FC구척장신), 국가대표 출신이나 그 가족(FC국대패밀리), 또 다른 예능 ‘불타는 청춘’ 출연자(FC불나방)로 구성된 4개 팀이 토너먼트로 우승을 가리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진짜 ‘골때리는’ 장면이 많았다. 축구를 처음 해본 출연진 대부분이 기본기도 없이 좌충우돌하면서 황당한 실수를 연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에 임하는 그들의 진지함과 열정, 승부욕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안겼고, 그해 6월 정규 방송으로 편성됐다. 이후 참가팀 확대와 리그전, 방출전, 올스타전, 한·일전 도입 등 다채로운 변화를 주면서 진화하더니 시즌 7까지 이어질 만큼 높은 시청률과 주목도를 자랑하는 인기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풋살 인구 증가 등 여성 스포츠 저변 확대에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SBS연예대상과 한국방송대상, 양성평등문화상을 받는 등 상복도 쏟아졌다.
그 비결은 ‘재미’와 ‘감동’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덕이라고 본다. 경기 자체가 박진감이 넘친다.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극적인 명승부가 펼쳐질 때도 많다. 무엇보다 나이와 직업, 체형, 운동 경험, 국적 등이 제각각이고 축구와 거리가 멀었던 여성들이 축구에 대한 진정성으로 하나가 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골때녀’의 힘이다. 시즌 초반 엉성한 플레이로 ‘우당탕탕 축구’를 하기 일쑤였던 선수들이 고된 연습과 치열한 실전을 거치며 몰라보게 성장하는 과정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온 힘을 다해 뛰고 지면 제 탓으로 돌리는 모습과 부상 투혼도 마다치 않는 패기, 승부를 떠나 서로 보듬고 격려해주는 동료애, 정정당당한 승부 등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땀과 눈물이 진하게 밴 각본 없는 드라마로 손색이 없다. 상당수 시청자가 좋아하는 선수와 팀을 마음에 두고 경기 내내 일희일비하며 몰입하는 이유다. ‘골때녀’ 경기마다 “국가대표 축구경기보다 더 재미있다”거나 “주 1회 방송을 2회로 늘려달라”는 식의 감상평이 줄을 잇는 게 당연하다.
이런 ‘골때녀’와 비교해 여야가 겨루는 여의도 정치판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대내외 경제와 안보 정세가 엄중하고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이 수두룩한데 안중에 없는 것 같아서다. 협치는커녕 진영 논리에 갇혀 서로를 적대시하고 기득권 사수에만 열 올리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 새 정부 들어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 통합’ 목소리마저 “사람하고만 악수한다”며 제1야당 지도부와 척진 여당 대표의 고집과 조국·윤미향 등 ‘우리 편 구하기’에 치중한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얼룩진 게 대표적이다. 여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자 국정기획위원회 핵심 인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버젓이 차명 주식거래를 한 것도 어처구니없었다.
제1야당은 더욱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집권당 시절 윤석열의 폭주를 방관하다 급기야 반민주적이고 위헌적인 비상계엄 사태까지 불러 함께 몰락한 당이 맞나 싶다. 진정한 반성과 사죄, 뼈를 깎는 혁신을 해도 모자랄 판에 ‘탄핵의 강’조차 넘지 못하고 ‘윤석열 어게인 당’을 자초하고 있다. 조국 사면 반대한다면서 국민의힘 전직 비리 의원 등에 대한 사면을 대통령실에 요청한 게 들켜 망신살이 뻗치기도 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참으로 ‘골때여’(골때리는 여의도)다. ‘골때녀’라도 보며 국민이 뭘 기대하는지 좀 배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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