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진간 협의 내용 상세히 몰랐을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무역협상에서 대미 투자 3500억달러와 관련해 이전보다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진 뒤에도 한국이 대미 투자금을 선불(up front)로 지급하기로 했다는 언급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전략 혹은 실수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관세 성과를 열거하면서 “일본과 한국 모두 서명했다. 한국은 3500억달러를 선불로, 일본은 6500억달러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합의한 대미 투자금 규모는 5500억달러로, 트럼프 대통령 언급과 다르다.

무역협상을 총괄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한국 당국자들 사이에서 잇따라 선불이 아닌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언급이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3500억달러를 한국으로부터 선불로 받기로 했다는 언급을 한 것은 먼저 협상전략일 가능성이 있다. 막판까지 상대를 압박하면서 협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대미 투자금 규모를 6500억달러로 잘못 말했다는 점에서 현재 양국 실무진 간에 진행되고 있는 협상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한 발언일 수도 있다.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양보를 받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향후 한국의 요구를 반영한 무역합의를 하더라도 자신은 입장을 꺾지 않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한번 한 말을 뒤집은 사례도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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