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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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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2 22:47:54 수정 : 2025-10-22 22:47:53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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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넉 달 만 세 번째 부동산 대책
풍선효과·거래 절벽 부작용 속출
당국자 ‘내로남불’에 신뢰도 추락
땜질처방 대신 일관된 정책 펴야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권교체 후 저서 ‘부동산과 정치’에서 “정부는 집값 잡겠다는 약속을 하지 마라”고 썼다. 얼핏 시장에 맡겨놓으라는 것 같지만, 실상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저서에서 집값 폭등의 원인을 ‘공급부족’ ‘유동성 과잉’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가 대출 규제를 실기했고, 공급불안 심리를 조기에 진정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규제가 신뢰를 잃었다고도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교체의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의 궁색한 변명이다.

이재명정부가 6·27대책(대출 규제)과 9·7대책(공급)에 이어 10·15대책을 내놨다. 새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나온 세 번째 대책이다. 규제 강도 면에선 역대급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주택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규제도 강화했다. 확실하게 수요를 조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김기동 논설위원

규제를 비켜 간 지역의 ‘풍선효과’와 전셋값 급등, 매물 잠김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남과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도 여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부동산 대책을 남발한 문재인정부 ‘시즌2’가 될 것이라는 기시감이 드는 이유다.

흔히 부동산은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한다. 시장의 향방을 점치기 어려워서다. 그런데도 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 지향점은 ‘더 센 규제’다. 역대 정부가 청년층·중산층의 ‘주거 사다리’라는 명목으로 건드리지 않았던 전세도 예외 없었다. 앞서 ‘갭 투자’를 막기 위해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 이하로 제한한 것에 이어 이번엔 1주택자의 전세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시장은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다.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할 것은 자명하다.

‘서민·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끊었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이번에 느닷없이 보유세 개편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고가 주택에 보유세를 강화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지난 8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운을 뗀 후 얼마 전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정점을 찍었다. 구 경제부총리는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공평 과세를 해야 하는 ‘응능부담(應能負擔)’ 원칙을 꺼냈다. 그는 “집값이 50억원이면 1년에 5000만원씩 보유세를 내야 하는데 연봉의 절반이 세금으로 나간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궤변이다. 정책 실패로 집값을 올려놓고 멀쩡하게 살던 집에서 나가라는 소리와 뭐가 다른가. 재산권은 물론 거주이전의 자유마저 침해하는 국가권력의 횡포다.

정책 입안자들의 ‘내로남불’에 국민은 혀를 찬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발언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돈 모아 집값 안정되면 집을 사라”고 했던 그가 배우자 명의로 지난해 7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갭 투자로 33억5000만원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이 아파트 최근 거래액은 40억원에 달한다. 구 부총리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 정책실장도 갭 투자나 재건축 딱지로 서울 강남에 고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서민의 염장을 지르며 정책 신뢰도는 곤두박질쳤다.

규제에 덧칠을 하면서 부동산 대책은 누더기를 넘어 ‘좀비’가 돼 간다. 씁쓸한 현실이다. 규제·세금으로 수요를 억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수요와 공급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9·7대책’을 통해 서울·수도권에 향후 5년간 135만호, 연간 27만호의 신규주택을 공급한다지만, 전체의 80%를 공공이 주도한다. 공급 속도도 미더운 데다 수요자가 원하는 품질의 집을 기대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는 ‘양치기 소년’이 된 지 오래다. 공급 없는 수요 규제는 시장 공포만 키운다. 집값 상승의 근원인 서울의 문제인데도, 정부는 서울시와는 이렇다 할 정책 논의조차 없다. 시장을 이기겠다는 건 오만이다. 소 잡을 칼날을 서민과 중산층을 겨눠서는 안 된다. 땜질처방 대신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와 시장 기능 정상화 등 긴 호흡에서 일관된 정책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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