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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석 달째 줄다리기… 에이펙 회동서 실타래 풀까

입력 : 2025-10-26 18:45:44 수정 : 2025-10-26 22:49:02
이동수·서필웅·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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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弗 투자 방식’ 교착… 돌파구 마련 촉각

“美, 8년간 250억달러씩 요구”
현금 투자 비중 접점 찾기 난항

트럼프 “타결에 매우 가까워져”
韓 “쟁점 남긴 채 합의 어려워”
29일 정상회담서 막판 타결 변수

러트닉, 韓기업인과 만찬 제안

미국이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들이 (타결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If they have it ready, I’m ready)”며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하루빨리 마무리 짓고 싶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 요구로 양국이 합의한 3500억달러(약 504조원) 대미 투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6일 KBS방송에 출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미 관세협상이 타결될 수 있냐는 질문에 “몇 가지 쟁점이 남아 있고 굉장히 중요한 순간에 와 있는 상황”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위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적 합리성과 국익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협상하라’는 강한 훈령을 주고 있다”며 “그 훈령에 따라 마지막 조정을 위해 협상팀이 분투하고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타결될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 도착한 李대통령 부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6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남정탁 기자

◆3500억弗 대미 투자 방식 최대 쟁점

 

한·미 양국은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직접 투자 비중 △투자 기간 △대미 투자 원금 회수 전후 수익 배분 비율 등에 대한 구체적 이행 방안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도 미뤄지고 있다. 지난 7월 상호관세 협상 타결 당시 한국은 3500억달러 중 5% 수준만 직접(현금) 투자를 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보증으로 채우려고 했지만, 미국은 ‘전액 현금 투자’와 선불(upfront)을 요구하면서 3개월 가까이 후속 협의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한국이 8년에 걸쳐 매해 250억달러씩 총 2000억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를 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국민 경제에 줄 부담을 우려해 그 규모가 훨씬 작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미국 측 입장을 받아들이기가, 국민 경제와 시장 영향을 봤을 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에이펙 한·미 정상회담 협상 분수령

 

이 때문에 한·미 관세협상의 최대 분수령은 경주 에이펙에서의 정상 간 회동이 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면 한·미 정상회담 하루 뒤인 30일 미·중 정상회담 전에 한·미 관세협상을 원만하게 타결짓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전날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한국과 관세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이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건들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 대로 가능한 한 (협의 체결을) 빨리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의 요구 조건을 한국이 수용하는 대로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에이펙 합의’라는 그림을 위해 협상을 서두르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미 무역협상이 에이펙 기간을 넘어 최종 타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 22일 미국으로 급히 날아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협상하고 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4일 귀국 당시 ‘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추가로 대면 협상할 시간은 없고 에이펙은 코앞이다. 날은 저물고 있는데 에이펙 계기로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은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29일 부산에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관련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고 싶어 하므로, 두 정상 간 담판으로 협상이 최종 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현지 동포 간담회로 일정 돌입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6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화동들로부터 꽃을 전달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남정탁 기자

한편 러트닉 장관은 최근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29일 경주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만찬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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