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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베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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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9 23:39:29 수정 : 2025-10-29 23:39:28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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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전통 음식인 베이글은 야들야들한 식빵에 길든 한국인 입맛에는 질기고 퍽퍽한 편이다. 두 차례에 걸쳐 발효한 반죽을 삶은 뒤 오븐에서 구워서 내는 베이글은 밀가루와 이스트(발효제), 물, 소금으로 담백한 맛을 낸다. 식빵 등과 달리 달걀이나 우유, 버터를 넣지 않아 지방·당분 함량이 적고 소화도 잘 되는 편이다.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은 2021년 9월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떡과 같은 쫄깃한 식감과 영국의 오래된 베이글 집을 표방한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앞세워 젊은이들 사이에선 삽시간에 최소 2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빵지 순례’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 열풍에 칼로리가 낮은 건강한 빵이라는 평판까지 더해진 베이글은 창업 아이템으로도 인기를 누렸다. 대량생산이 여의치 않아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게 흠이지만, 재료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만들기도 쉬운 편이라 진입 장벽은 낮은 편이라고 한다. 런베뮤를 운영하는 엘비엠은 지난해 매출 796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0.9%, 91.7% 늘 정도로 승승장구 중이다. 현재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엔 사모펀드(PEF)에 2000억원대에 매각돼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런베뮤가 과로사 의혹에 휩싸였다. 인천점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이 지난 7월16일 회사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신규 지점 개업 준비와 운영 업무를 병행하며 사망 1주일 전에는 주 80시간가량 일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런베뮤 측은 평균 주당 44.1시간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인데, 다만 그간 직원 입단속을 한 정황 등이 드러나자 그제 강관구 대표가 회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 글을 올렸다. 어제부터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들어갔으니 조만간 진상이 규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SPC 그룹 계열사에서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올해까지 세 차례 사망사고로 빚어진 이른바 ‘피 묻은 빵’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애먼 가맹점주까지 불매운동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베이글을 먹으면서도 행복감 대신 누군가의 과로를 소비했다는 죄책감이 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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