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에도 증시 조정·위험회피에 혼조세
“연말 1400원대 중반→내년 1400원대 지속”
견조한 수출 실적과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등 대외 불확실성 해소에도 원·달러 환율이 연일 1400원대 중반을 넘나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원화를 끌어내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외국인 ‘팔자’에…환율 7개월 만 최고치 마감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외국인의 국내증시 순매도 여파로 1456.9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이는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지난 4월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5거래일 째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높였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71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전장대비 72.69포인트(1.81%) 하락한 3953.76에 마감하며 10거래일 만에 4000선을 내줬다.
달러는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약간 약세를 보였다. 페드워치의 12월 연준 금리인하 확률은 66.9%로 상승했다. 최근 100선을 웃돌았던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이날 99.75∼99.85 사이를 등락했다.
다만 금리인하에 대한 연준 인사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어 달러 약세 압력이 더 커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등 매파 인사들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 수준(2%)을 웃돌고 있다며 조기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작동하지 않는 ‘경상흑자=원화 강세’ 공식
최근 고환율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고려하면 다소 의아한 현상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9개월째 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9월 경상수지(134억7000만달러)는 역대 2위 흑자 규모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일반적으로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최근 외환시장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올해 1~9월 경상수지 누적 흑자는 827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직접투자(206억달러)와 증권투자(603억9000만달러) 수지는 총 809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즉 경상수지로 벌어들인 달러가 내국인의 해외투자로 거의 전액 해외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서학개미와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해외 증권투자,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등으로 국내 달러 공급이 빠르게 외부로 재유출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강세를 의미하는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서도 대외자산 증가가 원화 약세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국인 해외투자에서 외국인 국내투자를 뺀 순대외자산은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6월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대외자산 비율은 55%에 달한다.
신한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내년 환율에 대해 “외국인 국내투자를 상쇄하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구조적 원화약세를 부추긴다”며 “하반기에는 강달러 압력이 일시 완화되며 환율 하락이 가능하지만, 한국의 저성장 구조 속 환율 하락 속도는 완만해 연중 1400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S투자증권은 내년 환율 평균값으로 1406원을 제시했다. 잠재성장률 하락 등 다양한 원인을 꼽으면서도 원화 수급 불균형을 마찬가지로 지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현재 환율은 외국인 투자가 아닌 내국인 해외투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면서 “외국으로 빠진 게 (외국인 국내 투자의) 3~4배”라고 말했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해외투자 쏠림에 대해 경고하고, 기업가치 개선과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통해 대외순자산 증가를 둔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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