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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희 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금전적 복지 넘어 ‘장애인 예술’에 따뜻한 관심을”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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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2 22:00:00 수정 : 2025-11-13 14:33:30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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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열풍 속 소외감 더 깊어
일반인 인식 개선 노력에 매진”

‘출범 10년’ 해외 교류 등은 성과
예산 한계에 후원회 조직 계획
취임 후 월급 75%씩 기부 실천

“요즘은 국가적인 장애인 복지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제는 장애인이 불쌍하다며 ‘장애인 돕기 행사’라는 플래카드나 띠를 두르고 장애인을 씻기고 먹여주는 식의 이벤트는 더는 필요치 않죠. 이제는 ‘장애인 복지’를 넘어 ‘장애인 문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들 K컬처 열풍이라고 하지만 장애예술인의 소외감은 깊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공연·전시장이 텅 빈 경우가 다반사죠. 이런 무관심이 무섭습니다.”

13일로 출범 10주년을 맞는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장문원) 방귀희(68) 이사장은 11일 인터뷰에서 비장애인의 장애예술에 대한 무관심에 서운한 심정부터 털어놨다. 방 이사장은 그러면서도 “10주년을 계기로 장애예술인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재능 있는 장애예술인을 발굴하고 창작 수준을 높이는 본연의 일에 충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방귀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장문원) 이사장은 11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먹고사는 문제인 ‘장애인 복지’ 수준을 넘어 작품을 창작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장애인 문화’에 관심이 필요한 때”라며 “텅 비어 있는 장애예술인 공연이나 전시장을 찾아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2015년 11월 출범한 장문원은 장애인 문화예술 예산을 나눠주고 그들의 창작 활동과 장애인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일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지난 3월 취임한 방 이사장은 장애예술계에선 ‘대모’로 통한다. 지체장애 1급으로 시와 수필을 쓰는 그는 1991년 국내 최초의 장애인 문예지인 ‘솟대문학’을 창간했다. 2009년부터는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생소했던 장애예술인의 활동 공간을 넓히는 일을 해왔다.

주변에선 그를 장문원 출범의 ‘1등 공신’이라 말한다. 장문원 출범 두 해 전인 2013년부터 장문원 설립 예산을 따내기 위해 국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문광위는 물론 운영위, 예결위, 법사위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장문원 출범 필요성을 일일이 설명했다. 그 결과 2014년 349억원 예산을 확보했고, 대학로의 예총 건물을 매입해 터를 잡고 그다음 해 출범하게 됐다. 박근혜정부 말기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장문원과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던 그는 지난 3월에 4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지난 10년간 장문원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방 이사장은 “설립 당시 장애예술인이 행사할 변변한 공간이 없었으나, 이제는 대학로 이음센터, 충정로 모두예술극장, 한강대로 모두미술공간이 있다. 2020년부터는 세계 유일의 ‘장애예술인지원법’이란 장애예술인을 위한 독립 법률을 갖고 있다”며 “장문원을 비롯한 장애예술인이 입법을 위해 수년간 기울인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장문원 지원을 통해 두각을 드러내는 인재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발달장애 예술인 최준이다. 그는 피아노와 판소리를 결합한 독창적 장르 ‘피아노 병창’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19회 개인 연주회, 7집 정규앨범 발매 등을 통해 판소리 정서와 피아노 음향을 조화롭게 결합하며 전문성과 창작성을 동시에 증명하는 예술가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 장애예술인과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지난 5월에는 페루 극단 ‘테아트로 라 플라사’의 ‘햄릿’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재해석한 작품인데 8명의 다운증후군 배우가 돌아가며 왕관을 쓰고 장애 때문에 겪었던 자기 서사를 풀어내는 형식이 국내 관객으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방 이사장은 “해외의 실력 있는 장애예술인 공연이나 전시를 국내에 유치해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내 장애예술인의 국제적 위상도 크게 향상됐다”고 자랑했다.

방 이사장은 10주년을 맞아 개인·기업의 후원을 받는 ‘모두의 예술 후원회’ 구성 계획도 밝혔다. 정부 지원 예산으로만 운영하다 보니 장애예술인이 하고 싶은 다양한 사업을 하기에 제약이 많아 재정적 안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방 이사장은 그의 봉급 일정액 기부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그는 “지난 3월 취임하면서 첫 급여부터 총액의 75%를 매월 적금으로 넣고 있다. 재직(3년 임기)하는 동안 2억원을 모아 기금에 후원회 기금에 보태겠다”고 밝혔다. 원로 시인 구상 선생이 2004년 소천 전에 장애 문인을 위해 솟대문학상 상금으로 기부한 2억원에다 그가 약속한 2억원을 보태면 4억원의 후원회 종잣돈이 생기는 셈이다. 방 이사장은 “장애예술인의 성장을 돕는 ‘모두의 예술 후원회’에 기업인과 각계각층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방 이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인류의 불행은 소수에 대한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그것을 해소하고 행복을 찾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예술”이라는 미국 법철학자 누스바움의 어록을 들려줬다. 방 이사장은 “이 말은 사회적 소수 가운데 가장 차별이 심한 장애인의 행복도 예술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왜 장애인예술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예술을 더는 아마추어 수준의 치료용 활동으로 폄훼하지 말고 예술 그 자체로 봐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장애예술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모두의 예술’이 된다. 그런 나라가 문화와 인권 선진국이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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