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가요로 대마도 거론
역사를 외교 무기로 삼는 순간
동북아 전략공간은 더 좁아져
중국이 갑자기 ‘류큐’(일본 오키나와의 옛 이름) 연구를 꺼내 들며 오키나와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최근 들어 푸젠사범대학교 류큐연구소가 최근 설립 30주년을 맞아 학술대회를 개최했고, 류큐학 프로그램이 중국 사회과학원 주도의 학문 지원 계획 사업에 포함됐다는 소식 등을 연이어 전하고 있다.
이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자위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나온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역사 연구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중국이 오키나와의 역사적 지위를 다시 꺼내 든 것이라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중국은 나아가 독도 문제에서도 우회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7일 중국 외교부의 정례브리핑에서 한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 외교부는 14일 일본 정부가 도쿄에 독도 주권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선전하는 영토주권전시관 공간을 확장한 것에 강한 항의를 표했다”고 질의했고,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한 보도에 주목했다”며 “최근 일본의 많은 악성 언행은 주변 국가의 경계와 불만, 항의를 유발하고 있다”고 답했다. 관영매체가 묻고 대변인이 답하는 방식은 짜고 친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지만 이례적인 일이었다. 중국은 그동안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중국의 고유영토라고 주장했지만 독도 문제에서는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오키나와 문제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키나와는 센카쿠열도처럼 현재 분쟁 상태에 있는 곳이 아니다. 1879년 일본이 류큐 왕국을 병합했고, 2차대전 후 미국의 군정기를 거쳐 1972년 오키나와 반환 협정에 따라 일본에 명백하게 귀속된 지역이다. 중국이 갑자기 역사 논쟁을 들고나온 것은 결국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뜻이다.
정작 중국 내부에도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접경 지역의 고대사 해석 논란 등이 존재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오키나와 문제 제기는 일본을 압박하려는 외교적 수단일 뿐이며 실질적인 영유권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은 작다. 외교적 메시지라고는 하나 이런 방식은 전략적 깊이가 부족해 보인다.
그러다 문득 우리 역시 중국의 방식과 닮은 부분이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독도는 우리 땅’ 노래의 개사 문제가 그렇다. 이 노래는 1980년대 발표 이후 몇 차례 개정되면서 현실 요소를 반영해왔다. 기후변화에 따라 평균 기온과 강수량을 조정했고, 해양환경이 달라지면서 명태·거북이는 홍합·따개비로 바뀌었다. 그런데 유독 한 부분만은 거꾸로 흘렀다. “하와이는 미국 땅, 대마도는 일본 땅,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4절 마지막 가사가 가장 최근 버전에서 “대마도는 조선 땅”으로 바뀐 게 그것이다.
대마도가 조선의 영토였다는 주장은 일부 일본 고지도에 표기된 내용을 근거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스스로 대마도를 조선으로 표시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하와이는 미국 땅’이라는 표현은 가당한가. 하와이는 1893년까지 독립 왕국이었고 미국령이 된 것은 그 뒤의 일이다. 신라 장군 이사부가 웃을 일이 아니라 하와이 왕국을 세운 카메하메하 1세가 어이없어할 주장이다.
이 노래는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영향력이 큰 만큼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가사는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외교적 감수성에도 맞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독도의 날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정책브리핑 포털에서도 새 버전 가사를 소개하면서 ‘일본에서 대마도를 조선 땅으로 인정했다’고 표현했다.
동아시아 곳곳에서 역사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결국 현재의 전략 환경 때문이다. 미·중 경쟁이 격화하고 일본이 안보정책을 바꿔가는 시점에서 중국은 역사 문제를 지렛대의 하나로 삼으려 한다. 한국은 독도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때로는 감정적 대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를 외교의 무기로 삼을수록 현실 문제는 복잡해지고 동북아의 외교 공간은 더 좁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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