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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범죄배후’ 프린스 자금, 韓 코인거래소로 흘렀다 [심층기획-캄보디아 ‘검은돈’ 추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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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3 17:42:49 수정 : 2025-11-23 21:12:57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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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국경 넘어 진화하는 범죄조직

‘합법 위장’ 범죄 자금 유입 무방비… 돈세탁 뒤 유출 ‘악순환’


2024년부터 2025년초까지 2억원 유입
경찰, 조직원 급여 사용 등 추정

자금 막아도 새 코인거래소로 제재 피해
세계 곳곳 거점 옮겨가며 단속 빠져나가

국내서도 부동산·금융 등에 투자 나서
美 제재로 은행 900억원 예치금 묶어
2025년 동결 범죄수익 중 25%가 ‘가상자산’
전문가 “단속 넘어 안보문제 접근해야”

한국인 납치·감금·살인 사건의 배후 조직으로 알려진 캄보디아 프린스그룹의 자금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으로 흘러들어 간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2억원이 들어왔는데 경찰은 이 자금이 국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월급 등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조직원의 월급부터 부동산개발 자금, 금융투자 자금 등 불법자금이 국경을 넘어 국내로 흘러들고 있지만 이에 대한 차단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프린스그룹 본사 건물에 위치한 프린스은행. 연합뉴스

2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PAC)은 지난달 프린스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TCO)으로 지정하고 이들이 사용하는 가상자산 지갑주소 29개를 공개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클로인트’가 이 지갑들을 분석한 결과 지갑 속 가상자산은 프린스그룹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가상자산거래소 비와이이엑스(BYEX)로 흘렀고 다시 마스크엑스라는 거래소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린스그룹의 자금세탁처로 알려진 캄보디아의 후이원그룹 자금 상당수도 마스크엑스로 흐른 정황이 파악됐다. 국제사회가 BYEX 거래소를 제재하자 프린스그룹은 또 다른 거래소인 마스크엑스를 인수했고 불법자금을 이곳으로 다시 옮긴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마스크엑스로 이동한 일부 자금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마스크엑스 2개 지갑에서 코인원으로 2억3900만원 상당의 테더(USDT)가 이동한 첩보를 입수하고 거래내역 등을 조사 중이다. 범죄로 벌어들인 수익이 다시 범죄를 위한 자금으로 국내에 흘러든 셈이다. 코인원 관계자는 “11월4일 마스크엑스 거래소와 거래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 외벽에 철조망이 깔려있다. 연합뉴스

◆합법 위장해 한국으로 흐른 불법자금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투자리딩 사기, 인신매매 등 범죄로 벌어들인 수익을 가상자산 형태로 끌어모으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텔레그램 등을 활용해 가상자산 불법환전을 해주는 자금세탁처 후이원그룹과 BYEX, 마스크엑스, 신비(Xinbi) 등 가상자산거래소가 국경을 넘나드는 데 악용됐다. 이들은 각국 제재가 이뤄지면 새로운 거래소나 환전 플랫폼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단속망을 피했다.

 

이들은 대외적으로 부동산 개발 및 금융사업 프로젝트를 하는 회사라고 홍보하고 있다. 천즈 회장을 필두로 한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일대에서 고급 주거·상업시설을 건설하고 있고 그룹 산하 진베이그룹은 카지노와 호텔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범죄로 벌어들인 수익은 부동산 투자, 카지노, 금융 등을 통해 합법 자본으로 세탁한다. 프린스그룹이 전 세계적으로 소유한 계열사 중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법인만 146곳에 달한다. 은행, 증권, 정보기술(IT) 산업, 부동산개발 등 업종도 다양하다.

 

투자 대상엔 한국도 포함됐다. 프린스그룹의 부동산개발 계열사인 킹스맨은 2023년 11월까지 서울 중구 순화동에 공유오피스 형태로 들어와 지난해 2월까지 강남 테헤란로의 한 빌딩에서 부동산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그룹 관계자 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프린스그룹의 범죄 관련성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있어 해당 사무실에 대한 법률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프린스그룹은 국내 은행에도 900억원이 넘는 돈을 예치해 이자수익을 벌어들였다. 그룹은 캄보디아 현지의 국민은행에 566억5900만원, 전북은행에 268억5000만원, 우리은행에 70억2100만원, 신한은행에 6억4500만원을 각각 예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 은행은 미국이 프린스그룹에 대한 제재에 나서자 해당 자금을 동결한 상태다.

 

◆단속해도 ‘풍선효과’… 안보 관점 접근해야

 

이들 범죄조직은 자금을 막아도 새로운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해가고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인 대학생 사망사건 등을 계기로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태국, 라오스, 미얀마, 서아프리카 등으로 거점을 옮겨 새로운 업체와 범죄단지를 만드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이스피싱 등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초국경 범죄는 인터넷만 되면 어느 국가에서든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단속이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기업형 범죄의 특성상 또 다른 기업에 관련 인프라가 판매·임대되면서 범죄 자체가 서비스산업처럼 확산되는 특징도 나타나고 있다. 김다은 상지대 경찰법학과 교수는 “IT 업계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범죄에 도입되면서 불법 시장에서 범죄도구, 매뉴얼, 튜토리얼 등 인프라를 사고파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인프라 제공자와 실행자가 분리되면서 수사와 처벌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등 초국경 범죄가 확산하면서 경찰의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범죄수익 동결) 금액은 지난해 1조원을 넘겼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4389억원이었던 보전금액은 2023년 5060억원, 지난해 1조268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9월 기준 5296억원이 동결됐다. 올해 동결된 범죄수익 중 25%(1344억원)는 가상자산으로 비중이 컸다.

 

초국경 범죄조직이 국경을 넘나드는 만큼 안보 관점에서 범죄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보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는 “보이스피싱 하나의 사건으로 중간 조직을 단속하는 데 그치면 초국경 범죄는 어디서나 다시 발현할 수 있다”며 “조직 단속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 간으로 대응하는 안보문제로 관점을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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