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방위산업 관련 수사(修辭)를 접하며 우려감이 든다. 방산을 ‘미래 먹거리’로 표현하고, 고위 당국자들이 직접 ‘방산 수출 4대 강국’ 목표를 내세우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국가 외교의 언어 차원에서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 정책 목표를 설정하는 일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를 선택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 국가의 품격은 그 나라가 구사하는 언어에서 발현되는 만큼 대한민국은 방산 수출 목표에 대한 언어적 신중함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은 통상적인 산업과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무기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며, 그 수출은 단순한 상업적 거래를 넘어 국가 간 공동 안보 전략과 신뢰 구축의 핵심 기제로 작동한다. 이를 ‘먹거리’라 표현할 때 방산은 국가 안보 역량 구축이라는 본연의 맥락에서 벗어나 수익 창출 중심으로 이해될 여지가 생긴다. 외교적 수사보다 시장의 언어가 전면에 부각되는 것이다.
‘방산 4대 강국’이라는 표현도 비슷한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부적 목표로서는 이해할 수 있으나, 정부가 대외적으로 이를 반복해 강조할 때 이는 단순한 목표를 넘어 외교적 신호(signal)로 작동하게 된다. 동맹국과 파트너들에게는 한국이 안보 협력적 관계보다 시장 점유율을 우선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경쟁국들에는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언어는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직설적인 표현은 때로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해외 유튜브에서는 한국을 “제3차 세계대전을 향해 전 세계를 무장시키는 국가”라는 식의 과장된 서사로 묘사하기도 한다. 이것이 단순한 오해로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경쟁적 수사를 강조할수록 의도와 달리 우리가 국제사회의 주목과 견제를 받게 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 최대 방산 수출국인 미국의 언어 전략은 참고해 볼 만하다. 미국은 무기 수출을 논할 때 ‘안보 협력(Security Cooperation)’이라는 거시적 틀을 앞세운다. 무기 판매는 거래 실적이 아니라 동맹국의 상호 운용성을 높이고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설명된다. 미국의 해외 무기 판매 정책을 결정하는 국무부 부서명이 지역안보 및 무기이전국이고, 국방부 내 무기 판매(FMS) 실무를 총괄하는 기관명이 ‘국방안보협력본부(DSCA)’라는 사실은 이러한 언어 전략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동안 동맹을 이익 거래로 환원하는 ‘거래주의적(transactional) 외교’를 비판해 왔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언어는 과연 그 비판에서 자유로운가. 무기 수출을 안보 협력의 맥락이 아닌 실적과 순위, ‘강국’이라는 수사로만 포장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외교의 품격을 훼손하게 된다. 설령 정책 목표가 수출 확대에 있더라도, 국가는 끝까지 정제된 외교적 언어를 견지해야 한다. 방산을 ‘먹거리’로 지칭하는 것부터 중단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표현의 노골성을 넘어 우리 스스로를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 가능한 존재로 격하시키는 위험한 언어다.
외교는 언어의 예술이다. 방산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인지 국제사회에 선언하는 행위다. 이제 방위산업에 관한 우리의 언어를 재정립해야 할 때다. ‘미래 먹거리’를 ‘미래 전략 산업’으로, ‘방산 수출’을 ‘안보 협력’ ‘방위 파트너십’ ‘공동 안보 기여’와 같은 외교적 언어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류화 델타원 LL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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