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하늘은 이에 화답하듯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였다. 수면 위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어둠과 물안개가 뒤범벅이다. 그 길을 뚫고 바다 가운데를 가로지른 해 그림자를 벗 삼아 나룻배들이 하루를 힘차게 시작한다.
클로드 모네의 ‘일출: 인상’이다. 프랑스 북부 르아브르 항이 아침 일찍 깨어나는 장면을 거칠고 생략된 붓 자국으로 담았다. 풍경이나 인물의 구체적인 모습보다 해가 뜰 때의 시각적인 인상을 강조했다. 그래서 윤곽선과 형태감은 사라졌고, 바다 풍경 가득 메운 색들과 짧게 끊긴 선들과 거친 붓 자국 흔적이 어울린 조화와 뉘앙스만이 두드러진다.
아직은 윤곽선과 형태를 살린 그림이 대세이던 시절이었기에, 사람들이 이 파격과 실험적 시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당시 유명한 평론가인 루이 르루아가 동행한 미술 애호가에게 형편없는 그림이란 뜻에서 “일출 인상이라네요”라고 비꼰 말이 ‘인상주의’ 명칭을 생겨나게 했다고 전해진다.
인상주의는 19세기 말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 변화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과학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감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역동적인 현실을 바탕으로 생활환경도 빠르게 변해 나갔다. 인상주의자들은 이런 역동적인 생활 감정을 표현하려 했고, 일시적이며 순간적인 것들에 관심을 갖고 시각적인 인상에 매달렸다.
모네는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출의 인상을 담기 위해서 거친 붓 자국과 색선들을 빠르고 활기차게 구사했다. 그림의 주제보다 방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였는데, 이 점이 그 후의 미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미술가들이 그림의 ‘무엇’보다 ‘어떻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고, 전통적인 미술에서 벗어나 다양한 창작 방법으로 향하면서 미술의 새로운 길이 열렸다.
새해가 밝았다. 모네의 파격적인 시도로는 새로움을 향한 변화를, 붉은 아침 해로는 희망의 메시지를, 나룻배의 거침없는 행로로는 힘찬 활력을 생각하고 기대하면서 올해를 시작한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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