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넘길 일이 아닐 수도”
밥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식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속이 막힌 듯 답답하고, 가스가 찬 것 같아 괜히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 바지가 조여 오는 날도 있다.
이런 경험이 가끔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식사 때마다 반복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단순히 소화가 느린 문제가 아니라 장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서다.
◆장에서는 ‘몸에 좋은 음식’도 탈이 난다
9일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복부 팽만감은 실제로 가스가 많지 않더라도 배 안이 공기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을 말한다. 겉으로 배가 눈에 띄게 불러오는 경우와는 구분된다. 전체 인구의 10~30%가 겪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적지 않은 숫자다.
문제는 원인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에서 자주 나타나지만, 드물게는 장 운동 저하나 장염, 간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증상을 가볍게만 보긴 어렵다.
외래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식사 후에만 불편하신가요?’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장 자체보다는 먹는 음식과 식사 방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장내 가스는 음식이 소화되고 발효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다. 다만 어떤 음식은 이 과정을 과도하게 자극한다.
유제품이 대표적이다. 우유에 들어 있는 유당은 소장에서 분해돼야 흡수되는데,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예전에는 괜찮았던 우유나 요구르트, 치즈를 먹고 속이 더부룩해지는 이유다. 커피에 넣는 크림도 같은 이유로 불편을 키울 수 있다.
마늘과 사과 역시 의외로 장을 자극하는 식품이다. 마늘은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에서는 가스를 쉽게 만들어낸다. 사과에 많은 과당도 발효를 촉진한다. 다만 이들 식품은 익혀 먹으면 부담이 줄어드는 편이다. 생과일이 필요하다면 바나나나 블루베리처럼 비교적 무난한 종류가 있다.
빵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유제품과 유지방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고,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도 적지 않다.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성분이 단순한 제품부터 시도해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
복부 팽만의 원인이 항상 음식 때문만은 아니다. 식사 중 말을 많이 하거나 급하게 먹는 습관은 공기를 함께 삼키게 만든다. 이렇게 들어간 공기는 그대로 장으로 내려가 불편함을 만든다.
천천히 씹고, 식사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콩이나 브로콜리처럼 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음식은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소량부터 시작해 장이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배가 더부룩할 때 탄산음료로 트림을 유도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들어오면서 복부 팽만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 다 먹어도, 내 장은 다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몸에 좋다’는 일반적인 기준보다 내 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정 음식이 반복적으로 불편을 유발한다면, 완전히 끊기보다 조리법을 바꾸거나 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복부 팽만을 단순한 불편으로 넘기기보다, 약을 찾기 전에, 식단부터 한 번 돌아볼 수는 있다. 밥만 먹으면 배가 더부룩하다면, 장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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