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세계타워] 구조개혁, 힘들지만 가야할 길

관련이슈 세계타워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수정 :
이희경 경제부 차장

인쇄 메일 url 공유 - +

성장전략 단기대책 치중… 문제의식 잊지 말아야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쉽지 않죠.”

윤석열정부가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구조개혁을 추진할 당시 기획재정부 한 간부와 나눈 대화 중 일부다. 당시 정부는 감세 드라이브를 바탕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구조개혁에 나섰지만 속도가 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침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쓴 ‘경제철학의 전환’을 읽고 있던 터라 책에 담긴 핵심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물었는데,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온 것이었다.

이희경 경제부 차장

변 전 장관의 핵심 아이디어는 이렇다. 한국 경제에 금융과 재정 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케인스식 수요 진작 정책은 효용을 다했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속성상 환율 급등락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과감한 금융정책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급속한 고령화 속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재정 정책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토지·자본이라는 생산요소를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용해 창의적인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게 변 전 장관의 고언이었다.

이 중 ‘노동의 자유’ 부문이 도발적이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고, 청년 채용을 꺼리게 되는 만큼 정규직 해고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노동자들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각종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업보험 강화와 함께 교육(대학 반값등록금), 주거(공공임대주택 전체 가구의 20%까지 확대), 보육(아동수당제) 대책이 제시됐다.

예전 일이 떠오른 건 정부가 제시한 잠재성장률 반등 로드맵에 구조개혁이 잘 보이지 않아서다. 잠재성장률은 그 나라의 경제 기초체력을 보여준다.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역대 정부마다 1%포인트씩 하락해 지난해 1.9%(국제통화기금 추정)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를 ‘잠재성장률 반등의 해’로 삼겠다며 인공지능(AI), 초혁신경제 15대 선도프로젝트 등 기술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피지컬 AI에서 성과를 한두 개라도 내기 시작하면 잠재성장률뿐 아니라 재정 건전성도 확보될 수 있다”는 구윤철 부총리(지난해 8월 예산안) 발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구조개혁은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성장전략을 보면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방안에 행복한 일터 인증기업에 공공계약 심사 가점 등 단기 대책이 주로 제시됐다. 근속 연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직무·성과에 따른 임금 지급으로 바꾸는 직무급 개편 논의는 실종됐고, 정년 연장 역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단계적 추진’ 정도로만 반영됐다.

구조개혁은 힘들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노무현정부는 2006년 ‘비전2030’을 발표했다. 인구감소, 저성장과 양극화 등 구조적 도전에 맞서 제도 혁신과 선제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 담겼다. 제도 혁신 과제로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정년 조정, 국민·직역연금 개혁 등 지금까지 공전 중인 장기 과제들이 제시됐다. 그러면서 ‘2010년까지 증세 없이 추진→이후 국민적 논의’ 등 재원 조달 방안 관련 화두를 띄우기도 했다. 비록 지지율이 낮은 상황이었던 탓에 큰 반향이 없었지만, 보고서가 지닌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비전2030 보고서는 2020년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지금은 꿈도 못 꿀 수치다. 구조개혁이 없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 역시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오피니언

포토

문가영 '깜찍한 손하트'
  • 문가영 '깜찍한 손하트'
  • 진세연 '완벽한 미모'
  • 소이현 '완벽한 미모'
  • 금새록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