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음주·정치 갈등이 폭력 도화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재래시장에서 만난 이모(65)씨는 곧 있을 명절이 부담스럽다. 남편이 술에 취해 정치 얘기를 하며 가족 간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탓이다. 이씨는 “예전에는 남편이 취해서는 말싸움 끝에 자기 동생 따귀를 날린 적도 있다”며 “이번 설은 좀 무사히 넘어가길 바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친지들이 모여 웃음꽃이 펴야 할 명절이 가정폭력의 장이 되고 있다. 올해는 극단적 정치 지형, 경제 불황 등 가족 간 다툼 거리가 늘어났고 연휴 기간도 평소보다 길어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15일 세계일보가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기간(1월 25일~30일)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4979건을 기록했다. 일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830건이다. 지난해 일평균 신고 건수(648건) 대비 약 30%가량 높은 수치다.
지난 4년간 연도별 설 연휴 가정폭력 신고 건수도 평시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2월 11일~14일) 3376건·일평균 844건 △2022년(1월 29일~2월 2일) 4092건·일평균 818.4건 △2023년(1월 21일~1월 24일) 3562건·일평균 890.5건 △2024년(2월 9일~2월 12일) 3384건·일평균 846건이다.
이처럼 명절에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급증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과도한 음주를 꼽는다. 취기가 오르며 가족 간 말실수를 범하고 장기간 응축된 감정이 터져 나온 뒤 결국에는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당일인 9월17일 알코올 의존증으로 명절마다 가정폭력을 일삼은 50대 아들을 80대 아버지가 허리띠로 목을 졸라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심 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80대 아버지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상황이다.
정치적 견해차와 재산 다툼, 명절 스트레스도 가정폭력의 단골 요인이다. 특히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뒤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극우세력, 보수 진영 내 친윤(친 윤석열)·친한(친 한동훈)의 극단적 대립 상황 등 갈등 지점이 기존보다 더 다양해지며 이번 설에는 가정 내 사건·사고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경찰은 설 명절 급증하는 가정폭력 예방 및 신속한 대응을 위해 ‘2026년 설 명절 특별치안대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가정폭력·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에 대해서는 연휴 이전부터 재범 우려 가정과 고위험 대상자 등을 전수 점검해 위험 요인을 사전 차단한다.
특히 기동순찰대는 팀별로 ‘관계성 범죄 대응’ ‘주취폭력 예방’ 등 전담 임무를 지정해 운영한다. 연휴 전까지는 금융기관 등 강·절도 취약 업소를, 연휴 기간에는 기차역·터미널 등 인파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해 치안 수요에 맞는 탄력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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