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업이 힘들지?”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이는 설날이지만 취업 이야기는 격려로라도 쉽게 꺼내기 어려운 화제가 됐다. 취업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결정되기보다는 채용 감소와 경기 침체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이 ‘구조’ 영향이 더욱 직접적이다. 부모의 출신성분이 자녀의 직업 범위를 사실상 결정하기 때문이다.
17일 통일연구원이 공개한 ‘북한인권백서 2025’에 따르면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에서는 노동권에 대해 “공민은 노동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노동능력이 있는 모든 공민은 희망과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며 안정된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보장받는다. 공민은 능력에 따라 일하며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 분배받는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노동권 실상은 법률규정과 거리가 멀다.
북한에서 고용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희망에 따라 직업과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노동력을 직장에 배정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직장 배치 시 본인의 의사나 능력보다는 토대(성분), 인맥, 뇌물 공여 여부(경제력)가 더 중요한 요소다. 그 중에서도 토대는 부동의 1순위다. 다수의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은 “토대가 좋은 경우 뇌물을 주면 원하는 직장에 배치받기 쉬운 반면 국가에서 배치하는 직장의 경우 부모의 토대(성분)와 계급적 성분(노동자, 농민 등)에 따라 자녀들도 광산·탄광 노동자, 농장원으로 대물림되고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지난해 심층면접에 응한 탈북민은 “해외파견 직장배치의 경우 개인의 능력이 중요 요인으로 고려됐다”면서도 “이마저도 토대나 인맥이 좋거나 뇌물 공여가 가능한 경우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북한에서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대표적인 예는 ‘무리배치’다. 무리배치는 학교 졸업생이나 제대군인 등을 농장, 공장, 탄광, 건설 현장 등 기피되는 분야에 개인 의사와 관계없이 국가 지시에 따라 강제로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무리배치를 받은 이들은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돌격대 등 국가대형 공사에 집중하는 추세인데, 잠자리와 식사·수도시설 등이 열악한 곳에서 집단 합숙하며 힘든 노동을 강요받는다. 다수 탈북인에 따르면 무리배치도 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무리배치는 무직자나 고아, 꽃제비 등 돈이나 권력이 없는 사람이 주로 당하고 돌격대에도 힘없는 계층이 간다는 인식이 있다”며 “잘사는 사람들이나 간부들의 자녀 등 힘이 있는 사람들은 무리배치에서 쉽게 빠진다”고 증언했다.
백서는 “무리배치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북한 당국은 일방적인 직장배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배치된 직장에서의 이직 역시 자유롭지 않다”며 “신분제 같이 자식들에게 직업이 세습돼 농민들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화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거나 휴식과 휴가 사용, 안전교육 실시 등 보호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중요한 노동권 침해 문제”라며 “전반적으로 자유롭게 일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노동조건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1996년 이후 매년 국·영문으로 발간된 북한인권백서는 통일연구원이 심층면접으로 확보한 탈북민 증언, 북한 법령 자료, 북한이 국제기구에 제출한 문서 등을 바탕으로 작성한다. 이번 백서는 이재명 정부 들어 첫 발간이다. 지난해 통일연구원의 심층면접에 응한 탈북민 45명 중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을 탈출한 인원은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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