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이 위기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쇼트트랙에 걸린 총 9개의 금메달 중 6개의 금메달의 주인이 가려졌지만, 한국의 금메달은 하나도 없었다. 은메달 1개(남자 1500m 황대헌), 동메달 2개(남자 1000m 임종언, 여자 1000m 김길리)가 전부다.
이제 남은 종목은 딱 3개. 여자 1500m와 남녀 계주다. 그중 관심을 모으는 것은 2018 평창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콤비인 최민정과 심석희가 의기투합한 여자계주다.
3000m를 달리는 여자계주는 그간 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의 대표적인 효자종목이었다.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4 릴레함메르부터 4년전 2022 베이징까지 8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를 가져온 게 여자계주다.
다만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2024~2025시즌 월드투어 1~6차 대회를 통틀어 한 번도 금메달을 가져오지 못했다. 2025~2026시즌엔 1차 월드투어 금메달을 가져오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2차 월드투어 은메달 이후 3,4차 월드투어에서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채 밀라노에 입성했다.
대표팀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했다. 그중의 하나가 ‘강한 푸시’다. 교체 타이밍에 강하게 밀어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승부수다.
강한 푸시 전략의 핵심은 여자 대표팀 내 최고 베테랑인 심석희(서울시청)이다. 단신 선수가 많은 한국 쇼트트랙에서 서양 선수들 못지 않은 175cm의 장신인 심석희는 자신의 뒷주자를 강하게 밀어줄 수 있는 힘을 보유한 선수다. 심석희가 최민정과 더불어 여자 대표팀의 ‘쌍두마차’로 활약했던 2018 평창에서는 여자계주 준결승에서 레이스 초반 이유빈이 넘어지는 변수가 생겼음에도 두 선수의 압도적인 기량을 앞세워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1위로 들어와 결승에 진출했고, 결국 결승에서도 압도적인 레이스를 선보이며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그러나 심석희와 최민정은 개인사로 얽혀 힘을 합칠 수 없던 사이가 됐다. 2021년 10월, 심석희가 2018 평창 올림픽 도중 대표팀 코치와 나눈 문자가 공개됐고, 그 내용엔 최민정을 비롯한 대표팀 동료 비하 및 조롱, 고의 충돌을 의심케할 만한 내용이 있었다. 실제로 2018 평창 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선 심석희와 최민정이 부딪혀 넘어지면서 심석희는 실격되고, 최민정은 메달 획득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 문자 공개로 최민정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심석희는 빙상연맹으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2개월을 받아 2022 베이징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렇게 개인사로 얽혔던 여자 쇼트트랙의 두 기둥인 심석희와 최민정이 이번 밀라노에서 극적으로 힘을 합치기로 의기투합하면서 심석희의 강한 푸시 능력과 역대 최고 스케이터로 꼽히는 최민정이 그 힘을 받으며 달릴 수 있는 전략이 극대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지난 15일 여자 계주 준결승에서도 최민정과 심석희가 함께 달리면서 캐나다, 중국 등 경쟁국가들을 제치고 여유있게 조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심석희는 힘껏 최민정을 밀어줬고, 탄력을 받은 최민정은 두 차례나 추월에 성공하면서 1위 통과를 이끌었다.
최고의 ‘푸시우먼’으로 변신한 심석희는 19일 오전 4시 50분에 열리는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도 '한마음'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다. 심석희는 17일 공식 훈련을 마친 뒤 “어떤 방식으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대표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마지막에 다 같이 활짝 웃고 싶다”고 말했다.
2014 소치, 2018 평창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은 심석희는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을 다독이는 역할도 한다. 심석희는 “어제 (김)길리가 (여자 1,000m에서 동)메달을 따서 매우 기뻤다. 과거 어렸을 때부터 보던 후배인데,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금메달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지만, 남은 경기가 많다. 우리는 최대한 매 순간을 집중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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