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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도 울고 갈 양푼 비빔밥”…알고리즘이 마트 매대 휩쓴 ‘2000원 봄동’ 540%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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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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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타고 번진 ‘강호동표 봄동 비빔밥’ 언급량 전년 대비 540% 급증
한 끼 1만원 돌파한 외식 물가에 ‘2000원 제철 집밥’ 실속 대안 부상
온라인 유행이 오프라인 장바구니로…‘가성비 식단’ 통쾌한 반격 시작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 무심코 넘긴 인스타그램 릴스 화면에 또다시 초록 잎이 가득 찬 양푼이 등장한다. 가위로 숭숭 썬 봄동 위로 고추장 한 숟갈과 참기름이 뿌려지고, 쓱쓱 밥을 비비는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KBS ‘1박2일’에서 방송인 강호동이 먹은 봄동 겉절이 비빔밥. KBS 방송화면 캡처
KBS ‘1박2일’에서 방송인 강호동이 먹은 봄동 겉절이 비빔밥. KBS 방송화면 캡처

홀린 듯 댓글 창을 열어보니 “결국 어제 나도 해 먹었다”, “요즘 내 알고리즘은 봄동이 완전히 지배했다”는 반응이 빼곡하다. 스마트폰 화면 속 한 그릇이 실제 식탁으로 번지는 데 걸린 시간은 짧았다.

 

◆알고리즘이 낳고 고물가가 키웠다

 

18일 썸트렌드 빅데이터 집계 결과,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봄동비빔밥’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40% 이상 치솟았다. 단순히 잊혔던 제철 채소가 돌아온 것이 아니다. 540%라는 폭발적인 수치 이면에는 팍팍해진 지갑 사정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1%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안정세에 접어든 듯 보이지만, 체감 온도는 다르다. 외식 비용을 대표하는 음식·숙박 부문의 상승 폭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훌쩍 웃돌았기 때문이다.

 

"1만 원 점심 vs 2000원 봄동: 지갑 구조대".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1만 원 점심 vs 2000원 봄동: 지갑 구조대".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직장인 점심 한 끼에 1만원을 우습게 넘기는 현실 속에서, 단돈 2000원이면 온 가족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봄동은 훌륭한 대안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기준 2월 봄동 소매가격은 평년 수준의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비싸고 구하기 힘든 디저트가 아닌 당장 집 앞 마트에서 집어 들 수 있는 극강의 가성비가 숏폼 알고리즘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 것이다.

 

◆‘보여주기’에서 ‘살아남기’로 변한 숏폼 식문화

 

왜 하필 봄동일까.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이번 유행의 본질은 단순한 ‘보여주기’ 소비와 궤를 달리한다. 과거 SNS를 강타했던 먹거리들이 화려한 색감과 극단적인 단맛으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의 봄동 비빔밥 열풍은 고물가 시대에 적응하려는 청년 세대의 유쾌한 생존법을 뜻한다.

 

17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 매대에 수북하게 쌓여 있던 봄동은 퇴근길 직장인들의 손길을 거치며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봄동 겉절이(왼쪽), 전남 진도군에서 봄동을 수확하는 모습. 네이버쇼핑 캡처·진도군농업기술센터 제공
봄동 겉절이(왼쪽), 전남 진도군에서 봄동을 수확하는 모습. 네이버쇼핑 캡처·진도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장바구니에 봄동 두 봉지를 담던 직장인 김모(29) 씨는 “화려한 마카롱보다 2000원짜리 봄동으로 든든하게 한 끼 해결한 내 모습이 지금은 더 힙(Hip)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서 20~30대의 숏폼 이용률이 70%를 웃도는 가운데, 이들은 팍팍한 현실을 알고리즘의 유희로 영리하게 소비하고 있다.

 

◆장바구니 판도 바꾼 ‘그 영상’…내일 저녁은?

 

온라인의 열기는 실제 마트 매대와 배송 상자의 풍경마저 바꿨다. 이달 13일 자정 기준 쿠팡 최근 30일 누적 판매량 집계에서 500g짜리 국내산 봄동 상품 매대 상단에는 ‘5만개 이상 판매’ 마크가 찍혀 있었다.

 

농촌진흥청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따르면 봄동은 100g당 23kcal에 불과한 낮은 열량을 지녔다. 겨울을 견뎌내며 응축된 강렬한 단맛, 무엇보다 불을 쓰지 않고 겉절이로 쓱쓱 무쳐내면 끝나는 간단한 조리법 편의성이 현대인의 피로감까지 달랬다.

 

이제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오늘 저녁 당장 2000원을 들고 마트로 향할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1만원짜리 배달 앱 화면을 서성일 것인가.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의 밥상 위로, 매콤달콤한 봄동 겉절이가 갓 지은 하얀 쌀밥의 김을 모락모락 머금으며 안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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