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경계 1순위는 ‘빵’…밀가루 속 고지방 재료와 최종당화산물(AGEs)의 역습
무조건 절식보다 ‘조합’의 기술…섬유질·단백질 곁들여야 혈당 쇼크 막을 수 있어
17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유명 베이커리 앞. 영하의 추위에도 갓 구워낸 소금빵을 사려는 이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노릇하게 구워진 빵 껍질 위로 흐르는 번들거리는 버터, 그 고소한 풍미가 코끝을 찌르면 허기진 아침의 보상심리는 극에 달한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과 쫄깃함은 분명 오늘의 노동을 버티게 할 ‘소확행’이다.
하지만 그 행복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찰나, 당신의 혈관 속은 평화와 거리가 먼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혀끝이 느끼는 희열의 대가는 정직하다. 정제된 밀가루와 설탕, 정체 모를 유분들이 혈액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대사 시계의 바늘을 무섭게 되감기 시작한다. 무심코 집어 든 빵 한 봉지가 10년 뒤 내 혈관의 탄력을 결정짓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꾸만 잊는다.
◆밀가루보다 무서운 ‘첨가물’의 역습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하루 에너지 섭취 중 탄수화물 비중은 약 60% 수준이다.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내과 전문의는 “환자들의 식단 일기를 보면 밥보다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비율이 5년 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며 “문제는 빵이 단순 밀가루가 아니라 설탕과 지방의 결정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 등에 출연한 전문가들이 빵·떡·면 중 빵을 가장 경계해야 할 식품으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빵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마가린, 쇼트닝 같은 고지방 재료는 혈관 내벽을 직접적으로 타격한다.
여기에 고온에서 굽는 조리 방식도 변수다. 미국 당뇨병학회(ADA)는 고온 조리 시 발생하는 최종당화산물(AGEs)이 체내 염증을 일으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빵 한 조각은 정제 탄수화물과 나쁜 지방, 그리고 염증 유발 물질을 동시에 섭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혈당 그래프가 그리는 10년 뒤의 ‘예고장’
실제 수치로 보면 체감도는 더 커진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연구에 따르면 흰빵(약 70~75), 인스턴트 라면(약 70 전후), 우동(약 75~85)은 모두 고(高)GI 식품 범주에 속한다. GI 지수가 70 이상인 식품은 혈액 속으로 당을 쏟아 붓듯 밀어 넣는다.
다만 가공과 조리법에 따라 숫자는 춤을 춘다. 결국 무엇을 곁들여 먹느냐가 내 몸의 실제 혈당 반응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이런 식습관이 반복되면 췌장은 쏟아지는 당을 처리하기 위해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게 되고, 결국 남은 에너지는 내장지방으로 쌓인다.
고(高)GI 식단이 대사질환 위험과 연관될 가능성은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다수의 연구에서 관찰됐다. 이는 단순히 살이 찌는 문제가 아니라 내 몸의 대사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는 신호다. 연구 대부분은 관찰연구로,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언론의 객관적 태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완벽한 차단’ 대신 ‘영리한 조합’을
평생 빵 냄새를 외면하고 살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질적인 변화’와 ‘순서의 미학’을 제안한다.
가장 중요한 비결은 ‘곁들임’이다. 면이나 빵을 먹을 때 단백질과 섬유질을 반드시 ‘먼저’ 혹은 ‘함께’ 섭취해야 한다.
삶은 달걀, 닭가슴살 샐러드를 먼저 먹고 빵을 먹으면, 섬유질이 장에서 그물망 역할을 해 당의 흡수 속도를 늦춘다. 마치 고속도로를 질주하려는 스포츠카(당) 앞에 완행버스(섬유질)를 세워두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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