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소규모 연구서 냉장 후 재가열 시 혈당 반응 낮아지는 경향 보고
대한당뇨병학회 “통곡물 혼합 권고”…조리·보관 방식 조정도 대안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내과 대기실. 직장인 박모(51) 씨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혈당 다이어트’ 검색 기록이 가득하다.
질병관리청의 ‘2022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는 한국인 혈당 관리의 민낯을 드러낸다. 30세 이상 성인의 41.0%가 당뇨병 또는 공복혈당장애군에 속하며, 이는 성인 10명 중 4명이 이미 ‘혈당 사각지대’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 통계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식탁 위 밥 한 공기가 그 출발점일 수 있다.
“매일 먹는 흰쌀밥이 제일 걱정인데, 아예 안 먹을 수는 없잖아요. 식혔다 데워 먹으면 혈당이 덜 오른다길래 요즘은 주말마다 밥을 지어 바로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뜨끈하고 찰진 밥 한 공기는 식후 혈당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올릴 수 있다. 한국인의 전체 에너지 섭취 중 탄수화물 비율이 60% 안팎을 차지하는 식단 구조는 혈당 관리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의 ‘2023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당뇨병은 국내 사망원인 7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한 단계 순위가 상승한 고혈압성 질환(8위)보다도 높은 수치로, 만성질환 중에서도 당뇨병의 치명률이 여전히 압도적임을 의미한다.
◆‘저항성 전분’의 원리…냉각 후 재가열의 차이
그렇다면 밥을 식혔다가 다시 데울 때 왜 혈당 반응의 차이가 생길까. 비밀은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에 있다.
갓 지은 따뜻한 밥 속 전분은 소장에서 빠르게 분해돼 식후 혈당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올릴 수 있다.
반면 밥을 약 4도의 냉장 환경에서 12~24시간 보관하면 전분 분자 구조 일부가 재배열되는 노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소화 효소에 잘 분해되지 않는 ‘노화 전분(RS3)’ 형태의 저항성 전분이 늘어날 수 있다.
일부 해외 소규모 임상 연구에서는 냉장 보관 후 재가열한 전분 식품이 갓 조리한 경우보다 식후 혈당 반응이 낮아지는 경향이 보고됐다. 다만 개인의 인슐린 민감도, 전체 식사 구성, 섭취량에 따라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쉽게 말해, 같은 밥이라도 ‘한 번 식힌 뒤 먹는 것’이 혈당 반응을 다소 완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상온 방치는 식중독 위험…보관이 핵심
전문가들이 효능보다 더 강조하는 것은 안전한 ‘보관 방식’이다. 쌀에는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 포자가 존재할 수 있어, 조리 후 상온에 오래 두면 구토와 설사를 유발하는 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부 독소는 열에 비교적 안정적인 특성이 보고돼 있어, 단순 재가열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밥을 쟁반에 얇게 펼쳐 식힌 뒤 1인분씩 밀폐 용기에 담아 즉시 냉장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후 먹기 직전 중심부까지 충분히 가열해야 한다.
◆탄수화물의 ‘질’ 관리…현실적인 선택지
대한당뇨병학회는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통곡물·콩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늘릴 것을 권고한다. 흰쌀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면 잡곡을 섞거나 조리·보관 방식을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한 내과 전문의는 “냉장 보관 밥이 혈당 상승을 다소 완만하게 할 수는 있지만, 섭취 총량을 줄이는 것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며 “다만 흰쌀밥의 식감을 포기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조리법의 변화는 심리적 부담을 낮추는 보조적 관리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흰쌀밥을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24시간의 기다림은 혈당을 다루는 또 하나의 생활 전략이 될 수 있다.
저녁 무렵, 박씨의 집 주방 전자레인지가 알림음을 울린다. 하루 동안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었던 밥이 다시 따뜻해져 식탁에 오른다. 매일 마주하는 밥 한 공기에 어떤 시간을 더하느냐가 식후 혈당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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