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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시내버스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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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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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모는 허혁 작가가 쓴 에세이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에는 18시간 노동의 고단함과 좁은 운전석에서 마주하는 세상의 편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물관 가려면 몇 번 타야 해요?”라고 묻는 말에 무심코 답했다가 자책했던 경험, 동료 기사와 쌓은 끈끈한 유대감 등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버스 기사의 ‘진짜’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한민국에서 버스를 모는 기사들에게 일상은 예술보다 ‘생존’에 가깝다. 매일 새벽 어스름을 가르며 도로 위로 나서는 그들의 어깨 위에는 수십명 승객의 안전과 가계의 생계가 동시에 얹혀 있기 때문이다.

오상도 사회2부 기자
오상도 사회2부 기자

최근 지역 간담회에서 “골목을 누벼야 할 마을버스가 금융권을 헤매고 있다”는 고백을 마주했다. 마을버스 기사 A씨는 “대출을 받으러 은행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버스 업계가 처한 적자 구조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버스 요금이 인상됐음에도 환승 환급률이 20%대로 떨어지면서, 버스를 굴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 탓이다.

더 심각한 건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경기지역 한 대도시의 경우 필요한 마을버스 기사 인력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열악한 처우를 견디다 못한 기사들은 경력을 쌓자마자 시내버스로 이직하거나 아예 운전대를 놓아버리기 일쑤다. 이는 결국 배차 간격 증가와 노선 폐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시민들의 이동권을 위협하고 있다.

숙련된 기사들이 사라진 결정적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수익성이 악화하자 기사들은 택배, 배달 플랫폼, 전세버스 등으로 흩어졌다. 감염병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이들은 복귀하지 않았다. 노동 강도 대비 낮은 임금과 사고 위험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발목을 잡았다. 한때 경기도에서만 8000여명의 기사가 부족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돌던 이유다.

올해 경기도는 버스기사 2200여명 양성과 공공관리제 강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주목할 점은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 정책적 배려다. 1종 대형면허 취득 비용을 지원하고 교육 수료 시 법정 운전경력 1년을 인정해 즉시 취업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

이러한 정책의 종착역은 2027년 ‘시내버스 100% 공공관리제(준공영제)’의 안착이다. 주 52시간제와 1일 2교대제가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현재보다 1.5∼2배 가까운 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의 인력 양성 사업은 일자리 창출을 넘어 대중교통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생존 전략인 셈이다.

결국 문제는 다시 ‘사람’이다. 준공영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 될지는 미지수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 대한 비판과 효율성 논란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매일 무심코 오르내리는 버스 운전석 너머에 한 개인의 삶과 고뇌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이다.

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공동체를 잇는 혈관이다. 혈관이 막히지 않으려면 그 안을 흐르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 좁은 운전석에서 세상을 연결하는 그들의 노고에 우리 사회가 응답할 차례다. 핸들이 흔들리면 우리의 일상도 함께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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