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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섭의전쟁이야기] 전쟁에서의 ‘중심’과 정치적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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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쟁이 결정적 승부로 빠르게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상대의 주력을 격파하면 전쟁이 쉽게 종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대부분의 전쟁은 이러한 기대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1차대전은 수많은 대규모 전투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교착 상태로 이어졌고, 2차대전 역시 결정적 전투로 부르는 전환점이 있었지만 오랜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것은 결국 국력의 차이였다. 한국전쟁에서는 서울의 주인이 세 차례나 바뀌고 엄청난 피해를 낳았지만 무승부로 귀결됐고, 20년 넘게 이어진 베트남전쟁에서는 전술적 승리가 전략적 패배로 이어지기도 했다.

2003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전쟁의 ‘중심’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 제거되는 모습. 하지만 전쟁은 그 뒤로 8년 더 이어졌다.
2003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전쟁의 ‘중심’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 제거되는 모습. 하지만 전쟁은 그 뒤로 8년 더 이어졌다.

그렇다면 전쟁에서 군사적으로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가. 클라우제비츠는 상대의 ‘중심(center of gravity)’을 타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심이란 상대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의 근원이다. 그것은 상대국의 군대나 수도일 수도 있고, 동맹, 지도자, 혹은 국민의 의지일 수도 있다.

과거 전쟁에서는 이 중심이 비교적 명확했다. 특히 군사력 자체가 중심인 경우가 많았기에 이를 무너뜨리는 것이 실제로 전쟁의 종결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상황이 다르다.

현대전에서는 군사력만으로 전쟁의 결과가 결정되지 않는다. 정치, 경제, 기술, 여론 등 다양한 요소가 전쟁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특정 중심을 타격하더라도 다른 요소들이 이를 보완하며 전쟁이 지속된다. 또한 중심은 더 이상 단일한 목표가 아니라 분산된 구조가 되었다. 특히 국민의 의지는 군사적 타격만으로 쉽게 붕괴되지 않는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한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부의 압박은 오히려 내부 결속을 강화한다.

더 나아가 중심 자체가 명확하게 존재하는지조차 회의적이다. 전쟁의 영역은 확대되고,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따라서 특정 영역이나 전선에서의 성공이 전쟁 전체를 결정짓기 어려워졌다. 회색지대 분쟁과 같이 전쟁인지 아닌지조차 모호한 형태의 충돌도 증가하고 있으며, 전쟁의 시작과 끝 역시 불분명해지고 있다.

이처럼 전쟁은 달라졌지만 우리의 사고는 여전히 ‘한때’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중심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을 정의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정치적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정치적 목표 안에서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중심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군사적 수단뿐 아니라 비군사적인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검토를 거쳐도 정치적 목표 달성이 어렵다면, 전쟁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 전쟁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표와 중심의 관계 그리고 그 선후관계를 명확히 할 때 비로소 중심은 의미를 갖는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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