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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녹여낸 요리… 재료 ‘본연의 맛’ 끌어올려 완성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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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즌오이스터 한남’ 이원빈 셰프

더즌오이스터 한남·펄쉘 청담 총괄 셰프
두 곳 시그니처 메뉴 단순한 재료서 시작
생선·해산물 신선함 살린 그릴 요리부터
토마토·보드카 조합한 이색 파스타까지
재료 특징 살리면서도 전체적 균형 이뤄
이원빈 셰프를 만났다. 그의 요리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특정 장르로 설명하기에는 경계가 느슨하고, 하나의 스타일로 묶기에는 방향이 유연하다. 대신 그의 요리는 ‘경험’이라는 단어에 가깝다. 접시 위의 음식뿐 아니라, 공간의 흐름과 그 안에서 머무는 시간까지 포함해 하나의 장면으로 완성된다.

 

그가 총괄 셰프로 있는 더즌오이스터 한남과 펄쉘 청담은 같은 재료를 중심에 두고도 서로 다른 결을 가진다. 한쪽은 보다 캐주얼하고 아메리칸적인 방식으로, 다른 한쪽은 다이닝에 가까운 구조로 풀어낸다. 그러나 두 공간을 관통하는 기준은 분명하다. 오이스터를 중심으로 하나의 식사 경험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원빈 셰프
이원빈 셰프

이 셰프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 고등학생 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그는 학교가 끝난 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몰입’이라는 감각을 경험했다. 단순히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고 그 결과를 바로 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가 가장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자신이 만든 음식이 맛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감정은 오래 남았다. 시험 성적이나 평가와는 다른 종류의 보람이었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그는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꾸게 된다. 친구들이 학원을 다닐 때 그는 요리학원을 선택했고, 이후 조리 직업학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실습생으로 시작해 호텔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그 시간을 통해 요리에 대한 태도를 다시 세우게 된다.

그는 특정 스타일에 자신을 고정시키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요리는 기술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전달되는 순간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에게 멘토는 특정 인물 한 명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키친팀과 서비스팀, 그리고 매장을 찾는 손님들까지 모두가 기준이 된다. 같은 상황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과정 속에서 그는 계속해서 수정하고 확장해 나간다. 요리는 혼자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분명하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직업 철학은 하나의 질문으로 정리된다. “내가 손님이라면 이 순간에 감동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요리의 완성도뿐 아니라, 서비스와 공간 전체에 적용된다. 그는 가능한 한 스스로를 합리화하지 않으려 한다. 하루를 마치면 부족했던 부분을 돌아보고, 다음 날의 기준으로 남긴다. 그렇게 쌓이는 작은 변화들이 결국 전체의 완성도를 만든다고 믿는다. 그의 음식 철학 역시 분명하다. 재료의 본질적인 맛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요리는 여러 요소를 더하는 작업이지만, 그 출발점은 언제나 재료다. 그 맛을 어떻게 더 명확하게,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펄쉘 청담은 오이스터 바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다이닝의 형태로 확장된 공간이다. 생굴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요리들이 함께 구성된다. 반면 더즌오이스터 한남은 보다 캐주얼한 방향으로, 그릴을 활용한 메뉴와 아메리칸적인 요소를 강조한다. 두 공간은 방식은 다르지만,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펄쉘 청담에서는 이런 철학이 보다 정제된 방식으로 드러난다. 오이스터를 중심으로 한 다이닝 구조 안에서, 재료의 결을 해치지 않으면서 확장하는 방향을 취한다. 더즌오이스터 한남은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릴을 중심으로 한 메뉴 구성은 재료의 직접적인 매력을 강조한다.

 

보드카 파스타
보드카 파스타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펄쉘 청담의 보드카 파스타로 단순한 구성 속에서 균형을 완성하는 메뉴다. 먼저 보드카 파스타는 비교적 단순한 재료 구성이지만, 각각의 재료가 가진 풍미를 최대한 끌어내는 데 집중한 메뉴이다. 프로슈토를 약한 불에서 천천히 볶아 감칠맛을 충분히 끌어올리고, 여기에 토마토 페이스트와 보드카를 더해 토마토의 산미와 질감을 부드럽게 정리해준다. 면은 카사레체를 사용해서 소스를 끝까지 잘 머금을 수 있도록 했고, 마지막까지 균형감 있는 맛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썼다. 이 메뉴의 특징 중 하나는 보드카의 알코올을 완전히 날리지 않는 점인데, 소스에 남아 있는 미세한 알코올이 재료들의 향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면서 파스타와 보드카를 함께 즐기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준다. 각 재료의 역할이 명확하게 드러나며, 마지막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맛의 구조를 유지한다.

 

그릴 플래터
그릴 플래터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더즌 오이스터 한남의 그릴 플래터로 굴, 가리비, 새우, 삼치, 문어 등 다양한 해산물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낸다. 굴, 가리비, 삼치는 당일 직송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문어 꼬치는 콩피한 뒤에 나온 문어 주스를 활용해 ‘문어 주’ 형태로 만들어, 구워내는 동안 계속 발라주며 조리한다. 이 과정을 통해 겉은 은은하게 캐러멜라이즈되면서도, 안쪽은 촉촉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각 재료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하나의 플래터 안에서 조화롭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메뉴다. 각각의 재료가 가진 특성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구성이 특징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그에게 요리는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나누며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경험하는 순간, 그것이 요리의 완성이라고 말한다. 음식은 접시 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같은 기준을 유지한다. 재료를 이해하고, 사람을 생각하고, 순간을 설계하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끝에는, 혼자가 아닌 함께 완성되는 경험이 남는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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