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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총리의 유머 감각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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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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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서부 브로츠와프 근교 프와코비체의 어느 묘지에는 ‘Kim Ki-Dok’이라고 적힌 묘비가 있다. 폴란드 언론인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무덤의 주인공은 ‘김귀덕’이란 이름의 한국인이다. 6·25 전쟁 당시 북한에 거주하다가 고아가 된 김귀덕은 전후 보육을 위해 폴란드로 보내진 북한 고아 1500여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희귀병에 걸려 1955년 그만 눈을 감으며 현지에 묻히고 말았다. 폴란드인들의 극심한 보살핌 속에 자라난 고아들은 1959년 북한 당국의 명령에 따라 전원 송환됐다. 2006년 폴란드 공영방송 TVP는 공들여 기른 북한 아이들과 이별해야 했던 폴란드인들의 아픔을 처음 다뤄 눈길을 끌었다.

 

1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폴란드는 공산주의 진영 일원이자 소련(현 러시아)의 위성 국가였다. 폴란드가 아무리 유엔 창립 회원국이라고 해도 소련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른 한국 지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결과로 협정 이행 여부를 감시할 중립국감독위원회(NNSC)가 발족했다. 폴란드는 스위스, 스웨덴, 체코와 더불어 NNSC 일원으로 참여했으니 한반도 평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은 셈이다. 다만 냉전 종식과 소련 해체 이후인 1995년 북한이 NNSC에서 폴란드 대표단을 축출해 버린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80년대 한국에 큰 영향을 끼친 폴란드인으로 2005년 선종(善終)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1990∼1995년 대통령을 지낸 레흐 바웬사(83)를 꼽을 수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방한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했다. 특히 1984년 5월3일 김포공항에 착륙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한국 땅에 입을 맞추는 장면은 참으로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노동 운동을 주도한 공로로 198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웬사가 폴란드 대통령에 오른 것도 정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한국인들은 ‘군사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외친 인사가 언젠가 대통령이 될 것’이란 희망을 품었다.

 

13일 청와대에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왼쪽) 방한을 환영하는 공식 오찬이 열린 가운데 투스크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이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3일 청와대에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왼쪽) 방한을 환영하는 공식 오찬이 열린 가운데 투스크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이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3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 회담 종료 후 이어진 오찬에서 투스크 총리는 “양국 사이에 불미스러운 사건은 아직까지 없었는데, 딱 하나를 제외하자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폴란드를 이기며 우리가 탈락했던 때”라며 “저희는 이제 그것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월드컵 조별 리그 D조 예선에서 폴란드가 한국에 0-2로 완패한 점을 떠올리게 만드는 유쾌한 농담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폴란드인들의 유머 감각이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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