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평균 4명꼴 참극 되풀이
인력 부족에 등 떠밀리듯 작업
당연한 희생으로 여겨선 안 돼
아마도 전남 완도소방서 박승원(44) 소방경은 수산물 냉동창고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기 전까지는 30분 뒤 근무교대 후 세 자녀와 보낼 꿀맛 같은 휴일에 한껏 기분이 들떠 있었을 것이다. 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 구급대원 노태영(30) 소방교 역시 인접 지역 화재 진압 지원을 위해 펌프차를 완도대교를 향해 몰 때 얼마 전 웨딩촬영에 대한 생각에 겸연쩍은 미소를 짓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들의 평온한 일상은 환한 표정의 영정사진에서만 짐작할 수 있다. 창졸간에 소중한 식구를 잃은 유족의 비통함은 어찌할 것인가. “용기와 헌신에 대한 경의”라는 애도나 1계급 특진, 옥조근정훈장 추서 등이 화마에 스러진 아버지, 남편, 아들, 동료의 부재를 채워줄 수 있을까. ‘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이라는 문구는 또 하나의 눈물 버튼에 불과하다.
고 박승원·노태영 대원은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묘역에 안장되는 228, 229번째 순직 소방관이다. 소방관묘역은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 훈련 등을 수행하다가 순직하거나 상이(傷痍)를 입은 소방관들 유해가 묻힌 곳이다. 최근 20년간(2006∼2025년) 따져보면 2019년 독도 구조헬기 추락, 2022년 평택 냉동창고 화재, 2024년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등 81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한 해 평균 4명꼴이다.
이 같은 참극은 되풀이되는 순간 불운보다는 구조의 문제다. 소방청 규정에 따르면 진화를 위한 펌프차 운용 인력은 최소 3명이다. 구조자 응급처치 및 병원 이송을 위한 구급차에는 운전사와 구급대원 2명이 필요하다. 노태영 소방교는 화재 당시 구급차 운전사로 현장에 출동했다.
그런데 완도 화재 현장에 최초 출동한 북평지역대 소방관은 4명뿐이었다. 북평지역대 현원이 ‘4인 1조’로 3교대 근무하는 12명뿐이어서다. 애초부터 5명이 한 팀으로 출동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입직 4년 차로 구급 업무에 아직은 미숙했을 그가 출동 인력 부족 탓에 관할지역도 아닌 낯선 곳에서 진압대원 역할까지 맡은 것이다. 노 소방교가 제대로 된 진화 장비를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화재 현장 도착 직후 황급히 펌프차에 비치돼 있는 공용 방화복과 마스크, 산소통을 둘러메고 진압에 나섰을지 모른다.
이는 도 지역 현장소방관들의 공통된 현실이다. 우리의 소방공무원이 적은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6만6047명으로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가 774명이다. 독일(2382명)과 프랑스(1217명)보다 적고 미국(879명)과 일본(757명)과는 엇비슷하다. 맹점은 이 숫자에 현장·행정공무원이 구분돼 있지 않고 지역 간 관할면적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전남도 재직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면적은 2.74㎢인 반면 서울은 0.08㎢에 불과하다. 일각에서 단순 인구 기준이 아니라 면적과 지형, 산업구조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력 배치를 주문하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현장 지휘부가 무리하게 진입 명령을 내리진 않았는지 따져볼 일이다. 화재가 발생한 냉동창고는 특유의 밀폐구조와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물을 뿌려도 쉽게 꺼지지 않고 유독가스는 물론 유증기 등 가연물질로 폭발 가능성까지 있는 위험한 현장이다. 미국의 소방지휘체계(ICS) 매뉴얼을 보면 ‘구조 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며 사고 현장에서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라’고 돼 있다. 완도 화재에서 재진입 지시가 떨어졌을 때는 건물 내에 구조를 필요로 하는 민간인은 없었다. ‘조속 진화’라는 지휘부의 직간접적인 채근이 무리한 내부 진입을 이끌었을 수 있다.
2019년 헝가리 유람선 전복 사고 당시 한국인 실종자 수색·구조를 위해 급파됐던 우리 소방청 긴급구조대원들은 “(순직) 영웅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헝가리 당국의 ‘안전 제일주의’에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어느 소방관의 기도는 숭고하지만 국가가 이들의 희생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선 안 된다. 소방관은 죽어서 훈장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야 하는 부모이자 자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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