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세계포럼] 이란전쟁과 ‘카르타고식 평화’

관련이슈 세계포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주춘렬 논설위원

인쇄 메일 url 공유 - +

트럼프 핵 제거 명분 궤멸적 타격
‘지옥’ ‘석기시대’ 등 말 폭탄 난무
종전돼도 경제·안보 후폭풍 클 듯
북핵 넘을 상생·공존 해법 찾아야

기원전 3세기 이탈리아반도의 신흥강국 로마와 북아프리카의 해상제국 카르타고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다. 두 나라는 120년간 세 차례에 걸쳐 지중해 패권을 놓고 격돌(포에니전쟁)했는데 고대판 세계대전이라 할 만하다. 로마군은 승리 후 카르타고가 부활하지 못할 정도로 가혹한 보복에 나섰다. 남성은 도륙당했고 여성과 아이는 노예로 끌려갔다. 불태운 도시의 땅에 소금과 기름을 뿌려 불모지로 만들었다는 전설까지 전해진다. 결국 카르타고는 지도에서 사라졌지만 로마도 후유증에 시달렸다. 전리품으로 부를 쌓은 귀족과 몰락한 자영농 간 빈부 격차가 심해졌고 공화정체제가 내홍·내란 속에 무너졌다.

경제학 대가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19년 1차 세계대전 후 영국 재무부 대표 자격으로 종전협상(파리강화회의)을 목도하며 카르타고식 평화가 몰고 올 재앙을 꿰뚫어보았다. 프랑스와 미국 등 승전국들은 독일이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배상금을 물려 농업국가, 석기시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증오가 가득했다. 케인스는 “독일의 몰락이 유럽 경제의 동반 붕괴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더 큰 전쟁의 예고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굶주림과 굴욕감에 빠진 독일인이 독재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는데 놀랍게도 아돌프 히틀러 정권의 출현과 2차 세계대전의 대참사로 이어졌다.

 

주춘렬 논설위원
주춘렬 논설위원

100여년이 흘러 중동에 카르타고식 평화의 망령이 떠돌고 있다. 미국이 2월 말 이란 핵 제거와 정권교체를 명분 삼아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란 전역은 약 40일간 미사일과 포탄이 쉴 새 없이 날아들며 쑥대밭이 됐다. 이란도 이스라엘과 중동 미군기지 등을 겨냥해 드론과 미사일로 반격했다. 원유 수송의 요충지 호르무즈해협까지 봉쇄된 미·이란전은 세계적인 에너지·경제전쟁으로 비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석유를 차지할 것”이라며 석유패권 야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는 사흘이 멀다고 독한 말을 쏟아냈다. 그는 휴전 직전 “한 문명이 사라질 것” “해협을 열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 “석기시대로 되돌려놓겠다”고 겁박했다. 2차 종전협상 직전에도 “나라 전체를 날리겠다” “모든 교량과 발전소 등 기반시설을 파괴하겠다”고 했다. 허세가 아니었다. 미군은 개전하자마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지도부 50여명을 한꺼번에 몰살시켰다. 1만3000여개의 표적을 설정해 궤멸적 타격을 가했다. 핵시설과 미사일 저장고, 원유·가스전뿐 아니라 사막의 생명줄인 담수화 시설까지 폭격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에는 역봉쇄로 이란의 돈줄을 막았고 이란 화물선에 발포해 나포하기도 했다. 종전협상이 마무리되더라도 전쟁의 상처는 크고 깊을 것이다. ‘힘에 의한 평화’에 집착하는 트럼프 2기 내내 세계는 또 다른 전쟁과 분쟁에 시달릴 듯하다.

먼 나라 일이 아니다. 이란과 북한은 수십년간 미사일 기술과 핵 개발을 공유하며 밀월관계를 이어왔다. 북한의 노동미사일과 이란의 샤하브 미사일은 쌍둥이라 불릴 정도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 직전인 이란과 달리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다.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50개 이상의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와 함께 북한을 불량국가로 지목한 트럼프가 마냥 북핵을 방치할 거 같지 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년 전 6차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단행하며 트럼프와 말 폭탄을 주고받았다.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 “꼬마 로켓맨”이라는 위협적 언사를 쏟아내자 김정은은 “미 본토 타격” “노망난 늙은이”라고 응수했다. 북·미 정상의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핵은 더 증강됐다. 북·미는 대화와 대결 사이에서 줄을 타고 있다. 한반도는 언제든 중동만큼이나 위험천만한 세계의 화약고로 변할 수 있다.

전쟁이 더 큰 전쟁의 불씨일 수 있다는 케인스의 통찰은 지금도 울림이 크다. 카르타고식 평화를 반면교사 삼아 트럼프발 각자도생 시대에 단단히 대비해야 할 때다. 우리도 핵 잠재력을 키우며 북핵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동시에 국제사회와 공조하며 상생·공존의 해법을 찾는 게 시대적 과제일 것이다.


오피니언

포토

[포토] 언차일드 이본 '냉미녀'
  • [포토] 언차일드 이본 '냉미녀'
  • 김고은, 싱그러운 미소
  • 정수정 '완벽한 미모'
  • 하츠투하츠 이안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