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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 무서워 현장학습 피하는 선생님들… ‘면책 카드’가 능사일까 [지금 교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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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름 기자 beaut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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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가는 날이 사표 쓰는 날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책임을 교사 한 명이 ‘독박’ 쓰는 구조에서 누가 현장체험학습을 나서서 가려고 하겠습니까.”

 

경기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최근 점화된 교사들의 ‘현장체험학습 기피’ 논란에 대해 “안 가고 싶어서 안 가는 게 아니다”라며 이렇게 토로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초·중·고등학교 1331개교 중 수학여행을 계획한 학교는 231곳(17.3%)에 불과하다. 특히 초등학교는 605개교 중 단 5%(30개교)만이 수학여행을 떠난다. 코로나19 여파 이후 2023년 46%까지 회복했던 수치가 급락한 것은 교사들의 현장체험학습 기피 현상이 날로 심각해진 탓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구더기’ 무서워 장독 없앨까… 대통령 지시에도 현장은 ‘시끌’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며 “단체 활동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있고 현장 체험도 큰 학습인데, 이게 주로 혹시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위험 또는 관리 책임을 부과당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때문에 이러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위축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는 반발이다. 전교조는 “‘책임을 안 지려 한다’는 말 뒤에 숨은 교사의 고통과 눈물을 정부와 교육 당국은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했고, 교총도 “예측 불가능하고 고의가 아닌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교사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현실이 교사들을 교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전날 “각계각층의 의견을 공개적 토론을 통해 수렴하고, 교사의 법률적 책임 및 면책 영역에 있어 불합리한 부담은 없는지 교육부와 법무부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면책 강화와 업무 부담 경감 방안책을 5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민사·형사·행정 ‘3중 압박’… 모호한 법규에 실효성 의문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안전하고 교육적인 현장체험학습 운영·지원을 위한 법적 제도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교사는 안전사고 시 민사상 손해배상,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 행정적 징계라는 ‘3중 책임’을 동시에 진다. 통상 업무상 과실 혐의가 적용되며 징역형을 선고 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학교안전법이 개정돼 ‘안전조치 의무를 다할 경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이 신설됐지만, ‘의무의 구체적 기준’이 모호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교사의 책임을 분산·체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사뿐 아니라 학교 관리자, 교육청, 외부 위탁기관 등 교육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시스템적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단 의견이다. 또한 활동 유형·장소별 위험 요소를 분석한 국가 수준의 표준 안전 매뉴얼 개발·보급, 그리고 법률 자문·안전 컨설팅·행정 지원을 아우르는 통합 지원 체계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연구진은 “현재의 초·중등교육법, 학교안전법은 사후 보상이나 선언적 규정에 치우쳐 있어 사전 예방과 실질적 운영 지원(인력, 예산, 전문기관)을 포괄하지 못한다”며 “보조인력 배치, 전문기관 설립, 외부 프로그램 인증 의무화, 구체적 면책 기준 등을 아우르는 특별법 성격의 ‘현장체험학습 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험하다고 포기하면 교사는 지식 전달자로 전락”

 

다만 교사들의 책임의식이 선행돼야 한단 의견도 적지 않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일부 안전사고 중에선 실제 교사들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례도 빈번하다”며 “안전인력 충원 등 보완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교사들의 안전·책임 의식을 높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교사가 위험부담을 이유로 교육 주도권을 스스로 포기할수록 ‘교권 해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보건은 보건교사에게, 상담은 상담교사에게 넘기고 위험하다고 소풍마저 가지 않는다면 교사는 결국 단순 지식 전달자로만 남게 될 것”이라며 '교육의 외주화' 현상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배 교수는 “교사가 교육 주도권을 회복해야 교권이 바로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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