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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화’ 강조 속 ‘긴급조정권’ 법리 검토 [삼성전자 노사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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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김은재·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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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공급망 안정성 붕괴 우려
“총파업 전에 발동해야” 목소리

노동계 “쟁의권 파괴할 경우 투쟁
대기업 노동자 파업권 제약 안 돼”
양대 노총 중심 연대 가능성 시사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긴급조정권 발동을 두고 재계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이에 반발하는 등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정부 내에서는 삼성전자 총파업 사태를 국가 경제 차원의 위기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산업계 안팎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관련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대화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전직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노동부 고위 관료는 “정부는 가능한 정책을 모두 살피는데 검토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라고 했고,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도 “검토는 당연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근거한 것으로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발동 시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등 개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 6단체는 정부에 긴급조정권 발동 요청 등을 포함한 파업 반대 촉구 성명을 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증시 악영향 등 직간접적 피해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반도체는 한 번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하기까지 수 주가 걸린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긴급명령은 파업 시작 후 발동했지만 반도체 업종 특성상 파업 전에 (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수많은 소액주주, 협력사 생계와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자율 해결이 어렵다면 정부가 법적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반면 노동계는 긴급조정권이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특히 민간 사업장에서 발동할 시 정부가 경제적 중요성만으로 파업을 봉쇄한다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제적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민간기업 파업에 긴급조정권을 검토하기 시작하면 결국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은 사실상 제약되고, 노동 3권을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관망하던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연대 기류도 강화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도 긴급조정권 관련 반발 논평을 냈고,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쟁의권을 파괴할 경우 투쟁에 나서겠다”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속노조는 “정부가 할 일은 노동자 파업권 봉쇄가 아닌 자율 교섭 촉진”이라며 “국가와 자본은 쟁의권을 건들지 말라”고 강조했다.

 

실제 발동 시에는 노·정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계가 노무현정부에 등 돌린 결정적 계기가 2005년 긴급조정권 발동 때였다”며 “당시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도 “긴급조정권이라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는 어떤 정부라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정부가) 여론 악화 등 반대급부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노동 3권을 제약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얻을 수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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