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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왜 이렇게 물리나 했더니”…모기 부르는 건 혈액형 아닌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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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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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자리 앉아도 유독 더 물리는 이유…모기, 냄새·체온·숨결 따라 표적 선택
혈액형 선호설보다 피부 냄새가 단서…카복실산·체취 분자가 차이 갈랐다
맥주 마신 뒤 모기 유인 늘었다는 연구…음주·땀·야외활동 겹치면 더 취약

“나만 왜 이렇게 모기한테 잘 물리나?”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누구는 멀쩡하고, 누구는 금세 물린다. 모기가 보는 건 혈액형보다 피부 냄새와 체온, 사람이 내쉬는 숨에 가깝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누구는 멀쩡하고, 누구는 금세 물린다. 모기가 보는 건 혈액형보다 피부 냄새와 체온, 사람이 내쉬는 숨에 가깝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여름밤 야외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어도 유독 한 사람만 모기에 시달릴 때가 있다. 옆 사람은 멀쩡한데 혼자 발목과 팔을 계속 긁고, 어느새 붉은 자국이 올라온다.

 

흔히 “피가 달아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모기는 피맛을 보고 사람을 고르는 게 아니다. 먼저 반응하는 것은 냄새와 열, 숨이다. 사람이 내쉬는 이산화탄소, 피부에서 나는 체취, 몸에서 나오는 온기가 모기를 끌어당기는 신호가 된다.

 

결국 모기에 잘 물리는 차이는 혈액형보다 피부 밖으로 새어 나오는 냄새와 몸 상태에 더 가깝다. 같은 자리에 있어도 누구는 덜 물리고 누구는 더 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혈액형보다 중요한 건 ‘몸 냄새’

 

모기는 사람을 찾을 때 여러 감각을 함께 쓴다. 멀리서는 사람이 내쉬는 이산화탄소를 따라 접근하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체취와 체온, 피부에서 나오는 화학 성분을 감지한다. 시각도 쓰지만, 흡혈 대상을 가르는 핵심 단서는 냄새다.

 

미국 록펠러대와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이집트숲모기를 대상으로 사람의 피부 냄새 선호도를 분석했다. 참가자 팔에 나일론 소매를 착용해 피부 냄새를 묻히고, 연구팀은 이 시료가 모기를 얼마나 끌어들이는지 비교했다.

 

반응 차이는 뚜렷했다. 모기가 가장 많이 몰린 시료는 두 번째로 선호한 시료보다 4배, 가장 덜 선호한 시료보다 100배 이상 강한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이 본 것은 혈액형이 아니었다. 피부에서 나오는 카복실산이었다. 모기가 유독 몰린 사람에게서는 이 성분이 더 많이 검출됐다.

 

카복실산은 땀과 피지, 피부에 사는 미생물이 뒤섞이면서 생기는 냄새 성분이다. 이것 하나만으로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가를 수는 없지만, 왜 어떤 사람은 유독 많이 물리는지를 설명하는 단서 중 하나로 꼽힌다.

 

◆모기가 따라붙는 또 다른 냄새

 

스웨덴농업과학대 리카드 이그넬 교수 연구팀도 비슷한 방향의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여성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황열과 뎅기열 등을 옮기는 이집트숲모기의 선호도를 관찰했다.

 

참가자들의 피부와 호흡에서 나온 냄새 성분을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모기 선호도와 관련된 27개 휘발성 화합물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띈 물질이 ‘1-옥텐-3-올’이다. 버섯 특유의 향과 관련돼 ‘버섯 알코올’로도 불리는 성분이다.

 

1-옥텐-3-올은 피부의 피지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모기가 선호한 참가자와 임신부의 체취에서 이 성분이 더 많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물질 하나로 모든 차이를 설명할 수는 없다. 모기가 끌리는 냄새는 특정 성분 하나보다 여러 냄새가 섞인 결과에 가깝다. 어떤 성분이 얼마나 나오고, 서로 어떤 비율로 섞이느냐에 따라 반응도 달라진다.

 

같은 비누를 쓰고 같은 향수를 뿌려도 누구는 덜 물리고 누구는 더 물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피부에 사는 미생물이 땀과 피지를 분해하면서 사람마다 다른 냄새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 체취의 차이가 모기에게는 각기 다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맥주 한 잔도 변수 될 수 있다

 

일상 습관도 모기의 움직임을 바꿀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음주다. 프랑스 연구진은 부르키나파소에서 성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맥주 섭취와 모기 유인의 관계를 실험했다.

 

참가자는 현지 수수 맥주를 마신 그룹과 물을 마신 그룹으로 나뉘었다. 그 결과 맥주를 마신 뒤 말라리아 매개모기인 아노펠레스 감비아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졌다.

 

“맥주를 마시면 모기에 더 잘 물린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한 실험에서는 맥주를 마신 뒤 모기가 더 많이 몰렸지만, 그 이유가 체온 상승 때문인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술이 몸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달라진 체취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 정도가 제기된다.

 

야외에서 술을 마실 때 유독 모기에 더 물린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를 맥주 한 잔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땀, 노출된 피부, 머무는 시간, 주변 조명과 온도 같은 조건이 함께 작용한다. 결국 모기가 누구에게 달라붙는지는 술 하나보다 여러 환경이 겹친 결과에 가깝다.

 

◆모기는 피보다 먼저 냄새를 좇는다

 

‘O형이 모기에 잘 물린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떠돌았다. 실제 혈액형별 차이를 살핀 연구도 있었지만, 혈액형 하나로 모기의 선호도를 설명하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최근 연구의 무게중심은 피보다 냄새 쪽에 가깝다. 국제학술지 ‘셀(Cell)’에 실린 록펠러대 연구에서는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의 피부 방출물에서 카복실산이 더 많이 검출됐다. 피부 미생물이 만드는 냄새 성분도 모기 유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모기에 덜 물리려면 체취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먼저 막는 게 현실적이다. 피부 노출을 줄이고, 헐렁한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는 편이 낫다. 모기 기피제와 모기장도 기본적인 대응법이다. 야외활동 뒤에는 땀을 씻어내고, 모기가 많은 시간대에는 노출 부위를 줄이는 게 좋다.

 

흔히 ‘모기가 좋아하는 피’라고 하지만, 실제로 모기가 먼저 좇는 것은 피가 아니라 냄새다.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누구는 멀쩡하고, 누구는 유독 많이 물리는 이유도 결국 피부에서 나는 체취의 차이와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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