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육 섭취 남성, 직장암 사망 위험 비섭취군의 2.45배
내장육 즐긴 여성, 유방암·췌장암 사망 위험 최대 2.68배
“여성은 곱창 2.57배, 남성은 소시지 2.45배라고요?”
회식 자리에서 누군가는 소시지가 든 찌개에 숟가락을 담그고, 누군가는 곱창을 불판에 올린다. 전체 육류 섭취량만 놓고 보면 암 사망률과 뚜렷한 연관은 없었다.
하지만 육류 종류와 성별을 나눠 분석하자 결과는 달라졌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유인선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14만7562명의 육류 섭취 자료와 암종별 사망률을 분석했다. 남성은 5만3847명, 여성은 9만3715명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에 실렸다.
◆얼마나가 아닌 ‘무엇을’
연구팀은 고기를 소·돼지고기인 붉은 고기와 닭고기, 내장육, 가공육으로 나눴다. 붉은 고기와 닭고기, 내장육은 섭취량에 따라 네 집단으로 구분했다. 가공육은 섭취군과 비섭취군으로 갈랐다. 나이와 체질량지수(BMI), 흡연량, 음주량, 교육 수준, 신체활동, 총열량 섭취량 등은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전체 육류 섭취량은 남녀 모두 암 사망률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종류별로 분석하자 일부 암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가공육을 먹는 남성은 먹지 않는 남성보다 직장암 사망 위험이 2.45배 높았다. 가공육은 햄과 소시지, 베이컨처럼 염장이나 훈제, 발효 등의 과정을 거친 고기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가공육을 1군 발암요인으로 분류한다.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담배와 위험도가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1군 분류는 위험의 크기가 아니라 발암 근거가 얼마나 확실한지를 나타낸다.
◆여성은 내장육에서 갈렸다
여성에게서는 곱창과 간 같은 내장육 섭취가 유방암·췌장암 사망 위험과 연관성을 보였다.
내장육 섭취량이 3분위인 여성은 가장 적게 먹은 1분위보다 유방암 사망 위험이 2.57배 높았다. 췌장암 사망 위험은 1.83배였다.
최고 섭취군인 4분위는 암 사망 사례 자체가 적어, 연구진은 주로 3분위와 1분위를 비교했다. 먹는 양이 늘수록 위험도 차례로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교적 많이 먹은 집단에서 암 사망 위험이 높게 나왔다고 봐야 한다.
60세 이상 여성만 따로 분석했을 때는 유방암 사망 위험이 2.68배, 췌장암 사망 위험이 1.88배였다. BMI가 25 미만이거나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여성에게서도 연관성이 더 뚜렷했다.
연구팀은 내장육에 들어 있는 중금속을 가능한 원인 중 하나로 제시했다.
유 교수는 “내장육에는 비소·카드뮴·납 등 중금속이 일반 살코기보다 더 많이 들어있을 수 있다”며 “이런 물질이 지방 조직에 쌓여 있다가 체중 변화나 노화 과정에서 혈액으로 빠져나오면서 여성의 암 사망 위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붉은 고기 많이 먹은 남성, 위암 사망 위험 낮아
예상을 벗어난 결과도 있었다. 붉은 고기를 가장 많이 먹은 남성은 가장 적게 먹은 남성보다 위암 사망 위험이 52% 낮았다. 이 연관성은 BMI가 25 미만이거나 흡연 경험이 있는 남성에게서 더 또렷했다. 그렇다고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위암을 막아준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팀은 육류 섭취량이 많은 집단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위암 검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검진과 의료서비스 이용의 차이가 붉은 고기의 효과처럼 나타났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육류 소비 방식이 서구와 다른 점도 변수로 꼽혔다.
국내에서는 붉은 고기 가운데 돼지고기 섭취 비중이 높다. 염장이나 훈제 형태보다 굽거나 볶아 먹는 경우도 많다. 염분 노출과 지방 구성 등의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곱창이 곧 암을 뜻하진 않는다
이번 연구가 특정 고기를 암 사망의 직접 원인으로 입증한 건 아니다. 참가자가 연구 등록 당시 작성한 식품섭취빈도 설문과 이후 암 사망 자료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을 분석했다. 설문은 조사 전 1년 동안의 평소 식습관을 묻는 방식이었다.
연구 등록 이후 달라진 식습관, 굽거나 삶는 조리법, 암 진단 당시 병기 등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참가자의 기억에 기댄 설문이라는 한계도 있다. 일부 암은 사망 사례가 적어 추정치의 오차 범위가 컸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육류 섭취량보다 어떤 종류의 고기를 먹는지가 암 건강과 더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서구권 연구 결과를 아시아 인구집단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식습관과 생활 환경을 고려한 성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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