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어제 32강 토너먼트 탈락이 최종 확정돼 짐을 싸서 돌아온다. 한국은 지난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 리그 3차전 경기에서 최악의 졸전 끝에 0-1로 패해 조 3위로 처지며 자력에 의한 32강 진출이 물 건너갔다. 이후 사흘간 국내 축구 팬들은 ‘희망 고문’이란 일각의 자조 속에서도 간절히 한국을 응원했건만 결국 4년 뒤를 기약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역대 최강 선수진이란 평가를 받았는데, ‘원정 8강 도전’이란 대국민 약속은 허언이 됐다. 홍명보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크다.
출발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체코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대회 주최국 멕시코와 접전 끝에 0-1로 분패했을 때만 해도 우리 국민은 한국이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최약체’라던 남아공과의 3차전 이후 대표팀을 향해 실망과 분노가 쏟아졌다. 홍 감독이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서 뺐다가 후반전에야 투입한 조치를 놓고선 외신조차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 선수들은 전후반 내내 제대로 된 공격 기회 한 번 못 잡았다. ‘전술’이란 게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돌아보면 2024년 7월 대한축구협회가 우여곡절 끝에 홍 감독한테 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을 때부터 난맥상의 연속이었다. 감독 선임 과정의 불투명·불공정 논란에 축구 팬은 분노했다. 홍 감독과 정몽규 축구협회장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정 회장 징계를 둘러싸고 소송전까지 진행되고 있으니 콩가루 축구협회란 말이 과하지 않다. 정 회장은 ‘월드컵이 끝나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그의 자진 사퇴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축구협회 개혁 없이는 언제든 이번과 같은 참사가 반복될 것이다.
2013년 1월 취임한 정 회장은 4연임을 기록하며 13년 넘게 축구협회를 이끌어왔다. 이 기간 눈에 띄는 성적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 전부다. 그런데도 정 회장과 축구협회 집행부는 기득권에 안주했다. 감독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 지적에도 협회는 눈을 감았다. 장기적인 선수 육성 대신 성적 관리에만 의존하는 행태도 혁파해야 한다. 파벌주의 병폐도 여전하다. 축구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32강 탈락 참사를 계기로 정부든 기업이든 혁신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고 추락할 뿐이란 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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